[화제성 갑] 신냉전체제는 북한의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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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제공하고, 식량을 받고 있다고 해서 남한에서 화제가 됐는데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인 러시아가 북한에서 추가로 탄약을 들여오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 백악관이 밝혔습니다. 러시아 관리들이 북한과의 비밀무기 협정을 맺기 위해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 북한에서 20여 종에 달하는 무기와 탄약을 들여왔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의 대표단을 파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탄약을 제공받은 대가로 북한의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재무부 해외자산 관리국(OFAC)는 이날 오전 북한과 러시아 간의 무기 거래를 시도한 혐의로 슬로바키아 국적의 아쇼트 므크르티체프(Ashot Mkrtychev)를 제재했습니다. 재무부의 성명에 따르면 므크르티체프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러시아에 24종류 이상의 무기와 탄약을 보내기 위해 북한 당국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거래의 대가로 북한은 상업용 항공기와 원자재, 상품 등 다양한 자재를 받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예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는 탄약 등 무기와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죠. 북한은 식량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고요. 양국 다 서로에게 꼭 필요한 거래가 될 것 같은데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사실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거든요. 물론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북한의 몇 안 되는 우방국 중 하나이긴 하지만 북한의 거듭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유엔 제재를 받게 되면서 러시아도 그냥 이를 지켜보는 수준이었고 적극적으로 북한을 돕거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러시아가 졸전에 졸전을 거듭하면서 급기야 러시아가 보유한 무기나 탄약까지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고 러시아와 기본적인 무기 체계가 비슷한 북한에게까지 손을 벌리게 된 상황인 것입니다. 북한은 어떻습니까.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의 식량 사정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1년 통치 기간 중 가장 최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 때문에 식량 구입도 만만치 않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여기에 갑자기 러시아가 많은 무기 지원을 요구하니 북한으로서는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농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곡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단기간 내에 식량난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대량의 식량을 수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이번 거래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예진: 한국에서도 이 뉴스가 특히 화제가 된 이유가 북한이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식량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장에 직접 병력 파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소식은 아니죠?

김금혁: 명확한 그런 사실은 아니지만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 인터넷 매체인 '루스카야 베스나', '러시아의 봄'이라는 뜻인데요. 루스카야 베스나는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북한 의용군 부대가 러시아 편에서 싸우기 위해 5월 말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특별군사작전 지역으로 파견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별 군사작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매달 1만 명에서 1만 5천 명 가량의 북한군이 투입될 수 있다는 익명의 러시아군 총참모부 소속 장교의 언급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직 러시아 유력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지 않아 보도 내용의 진위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이런 보도까지 나올 정도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관계가 급속한 밀착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편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투입설은 예전에도 한 번 제기된 적이 있었는데요. 실제 파견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8월 러시아 국방 전문가인 이고르 코로셴코는 국영 TV채널에 출연해 “10만 명에 달하는 북한 의용군이 우크라이나로 파견돼 분쟁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이를 허용해줘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반 네차예프 러시아 외무부 정보언론국 부국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다. 북한과 그런 협상은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반박하며 러시아 군이 충분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를 했습니다. 북한군 파견설은 우습게 지나칠 문제가 전혀 아닙니다. 북한군은 현재 러시아 군보다 훨씬 잘 훈련된 군대이고 무기도 충분합니다. 또한 소련제 무기를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러시아 군과 탄약의 호환이나 무기체계의 호환이 매우 잘 되는 편이기도 합니다.

이예진: 병력 파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로 들리네요. 아귀가 어떻게 이렇게 잘 맞는지 때맞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우크라이나를 향한 비판 담화를 발표했네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북한 러시아 관계가 부각되는 이 시점에 김여정 부부장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1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최근 미국의 핵무기를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하거나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 의사를 담은 호소문을 발표했다며 이를 겨냥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축약해서 본다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은 서방 세력과 가까워지고자 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했다' 이런 건데요. 전형적으로 러시아가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 베낀 수준에 불과합니다. 김여정이 스스로 러시아의 나팔수가 되기를 자청한 것인데 아마도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를 간절하게 원하는 북한이 친 러시아적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더 많은 이득을 챙기고자 함이 아닐까 싶네요.

이예진: 이런 상황을 북한의 군인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직접 물어보고 싶네요. 최근 북한에선 '탄원'이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청년들의 군 입대 '자원'을 선전 선동했습니다. 이게 혹시 우크라이나 전장에 북한 의용군 파견하는 문제와도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는 거 아닙니까?

김금혁: 북한이 연일 위기를 강조하면서 한국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고급 중학교까지 인민군 입대를 선전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외부와의 갈등 국면마다 청년들이 입대 혹은 재입대를 자원하고 있다고 선전하면서 주민들의 어떤 위기의식을 끌어올렸는데, 대남 공세를 강화하는 의도로 읽힙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고급중학교 학생을 포함해 군입대 및 재입대 자원자가 140만 명에 달한다고 지난달 20일 밝혔습니다. 앞서 18일에는 하루 동안 80만 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입대를 결의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미 제대를 한 북한의 청년들은 군에 다시 입대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현지 소식통의 증언도 전해졌습니다. 당국이 강제로 선발한 복대 인원들을 자원자라고 둔갑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폭로도 나왔죠. RFA의 보도에 따르면 '많은 청년들은 당국이 강압적으로 군 복대를 강구하고 있지만 제대군인 청년들 속에서는 군사 복무 시절에 배가 너무 고파 고생했던 추억 밖에 없다고 하면서 그 고생을 또 해야 하냐며 군 복대 탄원을 기피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남한과 미국의 합동 군사연습과 때를 같이 하여 벌어진 이번 북한의 병력 증강은 겉으로는 대남, 대미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속은 사실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최근 북한 당국의 연이은 정책 실패로 인한 북한 내부 사정이 악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다수의 청년들을 다시 군대로 보내 집단적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도 볼 수 있고요. 앞서 기자님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낼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급작스럽게 대규모 징집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하게 된다면 그 병력 부족분만큼은 또 새롭게 채워 넣어야 되기 때문에 이러한 징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예진: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북중 국경은 아직 닫혀 있는 상태에서 북한 내 식량 사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 중국을 통해 돌파구를 잘 찾아가고 있는 거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네. 정확한 지적입니다. 사실상 국제사회는 신냉전 체제에 돌입했다고 봐야 합니다. 크게 본다면 러시아와 중국을 축으로 하는 권위주의 국가 연합과 미국과 나토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 진영 간의 대립이 다시 부각된 것이고요. 동북아에 국한시켜 본다면 한.미.일과 북.중.러가 서로 대립하면서 세력전을 벌이는 형식으로 공고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러시아가 먼저 신냉전의 불을 지핀 것이고요. 북한은 빠르게 편승하면서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공통된 압박은 이제는 어느 정도 무용지물이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 역시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자신을 지지해줄 세력이 필요해졌고 러시아나 북한, 이란, 시리아 등 이런 권위주의 독재 국가들의 블록을 형성하면서 하나의 연합체가 되어간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이러한 신냉전 구도가 누구보다 반가울 것입니다.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말 절호의 기회기도 하고, 과거에는 혼자서 한국과 미국을 상대했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다국적 연합의 일원으로서 미국을 상대할 때 훨씬 더 안정적이기도 하겠죠. 앞으로의 국제질서, 국제 관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