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4월 15일 태양절, 북한에선 큰 명절이죠. 그런데 올핸 분위기가 좀 어수선한 것 같습니다.주민들은 태양절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없었고, 공식적으로도 태양절이라는 단어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인데요. 김정은의 진짜 속내는 뭘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자유아시아방송 RFA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김일성 전 주석 생일을 일컫는 '태양절' 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을 주민들에게 내부적으로 지시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2월 이후, 북한 관영매체에서는 '태양절'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으며 4월 15일 당일, 딱 한 번 노동신문에서 '태양절' 명칭을 썼을 뿐, 그 이후 보도에선 전부 '4· 15' 또는 '4월 명절'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이예진: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태양절에도 김일성 전 주석에 대한 참배를 생략한 것 같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사실 김정은 총비서의 집권 초기에만 해도 정당성을 의식해 외모부터 일부러 할아버지 따라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선을 긋는 모양새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굳이 태양절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도록 하는 이유가 뭘까요?
김금혁: 태양절 명칭 대체 배경은 김정은 위원장의 홀로서기를 위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인 것 같습니다. 통일부는 "선대 이미지 의존을 벗어난 김 위원장의 홀로서기 일환이거나 사회주의 정상 국가화 추세에 맞추어서 신비화 표현 사용을 자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죠.
앞서 2019년 3월 김 위원장은 '선전일꾼'에 보낸 서한에서 "수령(김일성)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가리게) 된다"고 한 바 있습니다. 표면상 보면 각종 신비스러운 우상화로 점철되어 있던 김일성, 김정일의 업적을 보다 현실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북한을 이끌고 있는 자신보다 선대들이 더 추앙받고 있는 부분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태양절 용어뿐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도 올해 2월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이후 쓰이지 않고 있죠. 언제까지 김일성 후광 안에서 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이겠죠. 이제는 ‘김정은 조선’으로 불러도 된다는 자신감 역시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김정은 자신에 대한 우상화가 더 본격화되겠네요. 여기에서 의문이 한 가지 들 수밖에 없는데요. 벌써 집권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김정은 총비서는 자신의 생일을 크게 기념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달력에도 국경일이나 공휴일로 따로 표기하지 않고 있고, 생일이 언제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도 없죠. 그 이유는 뭘까요?
김금혁: 아마도 나이와 출생에 따른 고민이 따른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이십대 후반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북한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상황에서 쌓은 업적도 없이 덜컥 후계자가 되다 보니 김정은의 생일을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생일과 같은 반열에 놓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명분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죠. 또한 생일을 기념하게 될 경우 그의 정확한 나이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알게 될 텐데, 20대 후반 밖에 안 된 사실을 그들 모두가 알게 된다면 지도자의 권위나 신비로움이 유지되는 것이 어렵겠죠. 따라서 김정은은 집권의 정당성, 지도자로서의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 생일을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한편, 출생에 대한 고민 역시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일성의 출생이나 김정일의 출생은 북한이 나름대로 이야기를 잘 만들어 우상화를 해버렸는데, 김정은은 어머니가 고영희, 즉 재일교포이다 보니 북한 내부 여론을 신경쓸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이나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은 북한의 혁명 역사에서 나름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실제 김정숙 같은 경우 무장을 하고 싸웠던 빨치산이었기 때문에 김정일의 신분은 어머니 덕분에 크게 위협받지 않았지만 김정은은 그럴 수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김정일의 출생지를 백두산으로 둔갑시킨 것처럼 김정은도 그런 약간의 과장과 거짓을 보태서 이야기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결국 고영희는 여전히 숨겨진 존재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김정은이 느끼는 부담이 있나 봅니다.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김일성, 김정일을 지우면서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과정 속에서 다시 고영희가 북한의 국모로 불리게 될 날이 올 지도 모르죠. 할아버지, 아버지를 완벽히 지우고 자신을 절대적인 1인자로 칭하게 될 날이 온다면 태양절, 광명설절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자신의 생일 역시 기념할 것입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의 외교 행보가 바빠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밀착관계를 보이던 북한이 이번엔 중국과 다시 한번 친선 관계를 드러냈고요. 벨라루스와의 새로운 연대까지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입지가 달라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방북 셋째 날인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중(북중) 사이의 전통적 친선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북한 노동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나라인 벨라루스의 외무성 부상이 16일 평양을 방문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습니다. 앞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벨라루스, 러시아, 북한 세 국가가 협력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며 3국 협력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예진: 우선 중국의 자오러지 위원장의 방북은 긴밀해진 북러관계를 의식했기 때문이겠죠?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시기적으로 보나 내용적으로 보나 이번 자오러지 위원장의 방북은 그간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아 오던 북중 관계를 회복하고 러시아 쪽으로 치우치고 있는 북한 외교의 추를 다시 중국 쪽으로 끌어오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합니다.
현재 중국과 북한 사이의 관계에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생긴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중국에 외화벌이를 위해 파견 나가는 북한 인력들의 수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고, 오히려 중국에서 북한으로 귀국하는 행렬은 늘어났죠. 대북 유엔 제재를 의식한 중국의 일종의 밀어내기 였는데요. 북한 역시 이런 중국의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작년 열병식에 참가했던 중국 대표단을 대놓고 홀대하기도 했었죠. 반면에 러시아는 자국의 최고급 승용차까지 선물하며 김정은을 끌어당겼고 상당한 양의 탄약과 미사일, 포탄을 북한으로부터 수입하며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해주기도 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 약속은 이런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관계를 결정짓는 것과 다름 없고요.
여기에 더해 러시아의 속국이나 다름 없는 벨라루스까지 북한과의 교류, 협력 의지를 보이며 새로운 3자 관계 구축을 들먹이니 중국 입장에선 이러다 완전히 러시아에 북한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서열 3위를 북한으로 급파하여 북한 달래기에 나선 모양인데 공개된 회담 내용은 사실 크게 의미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예진: 지난해부터 10개나 되는 재외 공관의 문을 닫더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실익을 생각하는 외교 노선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북한에게 중요한 우방국인 중국이나 러시아뿐 아니라 벨라루스, 베트남, 라오스 등과도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외화벌이가 필요한 북한에겐 중요한 시점일 것 같은데요. 북한의 현재 외교 행보,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북한은 크게 두 가지를 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국제관계를 보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이 발발하고 있고, 크게 보면 그 축은 서방진영과 러시아, 중국을 기점으로 하는 권위주의 세력 간의 직접적인 충돌 내지는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죠. 냉전 이후 체제가 무너졌고 새로운 냉전 즉 신 냉전의 시대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입니다. 북한은 이런 정세 하에서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환경은 극한의 대립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들의 몸값이 유지되고 권위주의 세력 간의 유대 관계를 통해 북한을 향한 국제 사회의 압박을 벗어나고 생존 전략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러시아에 무기를 대고 중동의 시리아나 이란에 무기를 수출하면서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벨라루스, 러시아, 북한 사이의 3자 협력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는 움직임입니다.
만약 이런 신 냉전 체제가 구축된다면 대북 유엔 재제 역시 효력을 잃습니다. 북한의 외화벌이에도 숨통이 트이겠죠. 눈치 안 보고 무기를 판매하고 러시아나 중동으로 외화벌이 노동자들을 파견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어다까지나 추정이지만 만약 그렇게 될 경우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정책 역시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