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중 국경 개방을 가장 고대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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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난 15일,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한국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에 북한 여성들은 왜 단체로 분주하게 물건을 사러 다녔을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중 국경 도시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태양절을 맞아 집단 쇼핑에 나서는 모습이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의 이런 움직임은 코로나19로 닫힌 국경이 조만간 열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0대 초반의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상가 곳곳에서 목격됐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화장품 가게입니다. 가게 주인들도 갑자기 나타난 북한 손님들을 반깁니다. 상인들은 이들이 속옷과 양말류 같은 비교적 저렴한 선물을 많이 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예진: 상인들의 얘기로 미뤄보면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고향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한국 언론들은 이를 근거로 북중 국경이 3년여 만에 열릴 것이라는 관측을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금혁 씨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금혁: 저도 같은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개방을 했어도 전혀 빠르지 않은, 오히려 매우 늦은 시점이라고 볼 수 있죠.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에 북한의 경제 상황 지표를 보면 해가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식량 상황은 정말 안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북한이 버틸 만큼 버티다가 이제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임계점이 바로 지금이 아닌가라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중국도 이제는 위드 코로나로 가고 있고 중국 내 봉쇄가 눈에 띄게 완화된 상태에서 북한이 더 이상 봉쇄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명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지금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여러 건설 과제들이나 또 식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도 중국의 도움이 매우 필수적입니다. 만약 올해 역시 문을 걸어 잠그며 식량난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내부적으로 정말 큰 동요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거든요. 북한 당국이 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어 보입니다.

이예진: 북한이 중국과 예전처럼 교류하게 된다면 가장 시급하게 들여와야 할 게 식량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미 지난해 말에도 중국에서 대량의 쌀을 수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달에는 무려 쌀 4만6천톤을 수입했네요?

김금혁: 네. 북한이 지난 3월 중국에서 쌀 4만 6천 톤을 반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과 중국 간 월간 교역액도 6개월 연속으로 1억 달러 이상을 돌파했습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식량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본격적인 춘궁기를 앞두고 중국산 식량 곡물의 수입량을 늘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미국의 소리 방송 VOA에 따르면 중국 세관 당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북중 무역 세부 자료에서 북한이 지난 3월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단연 쌀이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단립종 2만 6천215톤과 장립종 2만 546톤 등 총 4만 6천761톤 규모의 쌀을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이는 지난 2월 북한이 중국에서 들여간 장.단립종 쌀 수입량 1만8천785톤보다 2배 이상이나 많은 수치입니다. 저희가 여러 차례 보도를 통해 전해드렸듯이 작년 한 해 동안 북한은 내내 식량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자급 자족이 불가능한 북한의 농업 체계상 필연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야 되는데 북중 국경이 막혀 있다 보니 제때 필요한 양의 식량을 수급하지 못해 아사자가 발생을 한 것입니다. 북한은 이를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도입했지만 결국 다 실패했고 백기를 들고 다시 문을 여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예진: 지난달에는 코로나로 늦춰졌던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새로 부임을 했고요. 이런 여러 가지 정황들과 함께 중국의 대북무역 상인들은 북중 간 육로 교역이 5월에는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가장 반기는 것은 무역 상인들뿐만은 아니겠죠?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국경 개방을 가장 고대하는 건 국경 봉쇄로 중국에서 발이 묶인 북한 노동자들입니다. 이들 사이에선 곧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차올라 있습니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중국 랴오닝성 성도인 선양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는 3년 넘게 고향이 평양에 가지 못했는데 조만간 드디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며 매우 기뻐했다고 합니다. 중국 전역에는 5만에서 7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 대부분이 3년 넘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내 반응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일단 죽어 있는 장마당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장마당은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큰 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중 국경이 막혀 있는 3년 동안 장마당도 활기를 잃고, 오랜 시간 동안 긴 침체기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장마당이 살아야 북한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러한 뉴스는 장마당 상인들에게는 매우 기쁜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일 것입니다.

이예진: 최근 한국의 한 설문조사가 큰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북한보다 더 싫은 나라가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디일까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한국의 2030 세대는 북한보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3일 바른언론시민행동이 발표한 20, 30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외교 상대국인 북한, 미국, 중국, 일본 가운데 중국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91%가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답했고 오직 9%만이 호감을 표명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비호감도는 88%, 호감도는 12%였습니다. 미국에 대해서는 반대로 67%가 호감을, 33%가 비호감을 드러냈습니다. 일본의 경우 호감 63%, 비호감 37%였습니다.

이예진: 우선 한국의 젊은이들이 중국을 싫어하는 이유가 뭘까요?

김금혁: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최근 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중국의 문화 찬탈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한복 논쟁, 김치 논쟁, 동북공정 등이 있겠습니다. 한류의 영향력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중국의 문화 찬탈 시도가 지금 도를 넘고 있다는 것이 2030세대의 시각입니다. 한복도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김치도 중국이 원조이고, 이제는 상추에 고기를 싸 먹는 문화까지도 자신들이 먼저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수백만 팔로워를 가진 대형 스타들이 한복을 입고 방송에 나와서 김장을 담그고, 중국 예능 프로에서 중국 연예인들이 삼겹살을 구우면서 이것도 역시 중국 문화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한국의 2030세대가 좋아할 리가 없죠. 지금의 케이팝을 만들어낸 것도 사실은 2030 세대이고, 또 한국 문화를 적극 알리고 홍보하는 것도 2030세대입니다. 이들 입장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문화 찬탈 시도를 용납할 수도 없고 어찌 보면 중국과의 문화 전쟁에 이미 돌입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예진: 여기에 대해서 북한 젊은이들도 안다면 비슷한 입장이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에서 이 뉴스를 전하면서 대부분 '북한보다 싫다"는 말을 강조했다는 것도 눈에 띄는데요. 기본적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북한을 싫어한다는 얘기겠죠. 그 근본적인 이유도 한번 짚어볼까요?

김금혁: 북한의 잦은 도발과 또 북한이라는 국가가 가진 어떤 비논리성 이런 것들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2030은 북한과의 그 어떤 연관성이 없는 세대입니다. 과거 같으면 이산가족이 많이 남아 있고, 또 북한과 한국이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없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좀 다르죠. 특히 2030의 경우 북한을 별개의 나라로 보는 성향이 강하고, 민족적 동질성이나 유대감보다는 한국을 무력으로 위협하고, 자국 내 인권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그런 불량 국가라는 인식이 더 강합니다. 최근 한국은 날이 갈수록 단일 민족이라는 구성 자체도 희미해지고 있고, 다문화 세대나 또 외국인들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그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요즘 세대 입장에서는 이런 민족이라는 단어, 또한 한민족이라는 이유로 북한을 특별 대우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오히려 3대에 걸쳐 잔인한 독재 정치를 이어나가고 있는 북한이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고, 이에 더해서 끊임없는 무력 도발을 통해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이 왜 한민족이냐라는 반항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예진: 북한에 대한 한국 젊은이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2, 30년 뒤 남한과 북한의 심리적 거리는 아마 몇 배 더 멀어져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 에디터 양성원,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