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숨 쉬는 공기도 모두 당의 소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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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북한이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했던 시기인 지난해 4월, 굶주려 길가에 쓰러졌던 북한 주민의 모습이 최근 영상으로 공개돼 화제입니다. 올해는 좀 사정이 나을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지난 4월 28일 일본 방송 TBS는 30대 탈북민 김모 씨가 탈북 전인 지난해 4월 북한의 황해남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촬영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홀로 길가에 쓰러진 채 방치돼 있습니다. 당시 김 씨는 인근 가게 주인으로부터 "(쓰러진 남성이) 전날부터 쓰러져 있어 만져 보았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굶주려 쓰러진 것 같은데, 곧 죽을 것으로 보인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담배를 구걸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당신 작업반에도 굶주린 사람이 많냐"는 김 씨의 질문에 담배를 피우던 남성은 "엄청나게 많다. 어쩔 수 없이 일하러 나가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죽을 것 같다"며 기운 없이 한숨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이예진: 코로나19로 4년 넘게 국경을 봉쇄한 북한은 식량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난해 아사자가 속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북한이 그 정도는 아니라며 이를 반박하는 전문가들도 꽤 있었죠. 이번 영상으로 지난해 북한의 식량난이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금혁 씨는 이번 영상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금혁:정말 아픈 마음으로 영상을 봤습니다.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은 보도로만 접했기에 그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영상을 통해 보다 더 직접적으로 대중에게 공개가 된 것 같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20년 전 고난의 행군 시기와 지금이 전혀 다를 바 없는 현재 북한의 모습이라는 겁니다. 북한이 지금 1만세대 건설을 한다, 전국 각지에 기초식품생산 공장을 차린다 하면서 민생에 집중하는 척 하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이렇게 굶어 죽는 사람들의 원망과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아사자를 앞에 두고 무덤덤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현재 북한에서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고, 사람들도 그런 모습에 충격을 받기는 커녕 그냥 하나의 일상처럼 무덤덤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참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이예진: 이번 영상을 제보한 탈북민 김 씨는 지난해 5월 임신 중인 아내와 어머니, 동생 등 가족 9명과 함께 대가족으로 목선을 타고 한국에 왔다고 하는데요. 김 씨의 탈북 이유, 지금의 북한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요?

김금혁: 그는 탈북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기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북한에서는 집 밖으로 한 발짝만 나오면 모든 걸 100% 의심해야지만 살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걷고 있다가도 누군가 호루라기를 불고 무턱대고 붙잡아 신체검사하며 트집을 잡는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북한 내부의 상황이 얼마나 통제 일변도로 가고 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증언이죠.

김 씨의 증언에 따르면 어느 날은 김 씨 집에 단속반이 찾아와 비축해 뒀던 쌀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당시 김 씨가 “우리 돈으로 산 쌀”이라며 항의하자, 단속반은 “이 땅이 네 거냐. 네가 숨 쉬는 이 공기도 모두 당의 소유”라고 하며 강제로 빼앗았다고 하죠. 김 씨는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이곳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도망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저희가 방송을 통해 전해드렸듯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북한 당국은 주민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시장 즉 장마당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민간에서의 식량 매도를 중지하고 국가가 직접 식량 공급권을 독점했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부족한 쌀을 암시장에서 거래했다고 합니다.

김 씨의 경험에 따르면 최근의 식량난은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때는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런데 코로나 이후 통제 때는 매일 ‘누구 아버지가 죽었다’, ‘누구 자식이 죽은 것 같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전하기도 했죠. 그는 “생존을 위한 강력 범죄가 증가했고 살인이나 강도가 일상적으로 일어났다”며 “공개처형도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공개처형을 봤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4월 중순 한 대학생이 중년 여성을 살해하고 480만 원을 훔쳐 달아나 처형당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예진: 김 씨가 들은 말 중에 ‘네가 숨 쉬는 이 공기도 모두 당의 소유’라는 말이 가장 기가 막힙니다. 김정은 정권이 얼마나 주민들을 억압하고 통제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요즘 북한 관련 기사에 시큰둥하던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도 이번 뉴스에는 기사마다 수백 개 이상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어떤 내용들이 있었습니까?

김금혁: "독재 왕조 정치가 길어지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프리카도 조선시대도 아니고 굶어죽다니... 북한은 국가도 아니다", "이건 도와주고는 싶은데 도와주면 우리 죽이려는 무기 또 만드나", "김정은이 잘못이지, 국민들은 무슨 죄인가요? 같은 민족이고 한때는 가족이었는데…", "북한과 한국은 다른 국가다! 한민족 타령 그만하고 우리도 그냥 다른 국가라 생각해야 된다! 북한에 식량이나 물자 지원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날선 댓글들도 있었습니다.

김정은도 하루 종일 한국 뉴스를 보고 있을 테고, 이런 댓글 반응도 아마 볼 겁니다. 보면서 좀 뜨끔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국민들도 이제는 정확하게 다 보고 있거든요. 국민의 삶은 내팽개치고 오직 군사적 도발에만 신경쓰는, 바다에 쏟아 붓는 그 숱한 미사일들에 돈을 쓰지 말고 식량을 사고 경제 발전을 시키는 것에 집중했다면 아마 북한의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오직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에만 치중하고, 자신들의 권력 유지만 급하다 보니 아래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는 것쯤은 모른 척 하는 것이죠. 이게 지금 2024년 북한의 현실입니다. 20년 전 고난의 행군에서 단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이예진: 그나마 최근 국경 봉쇄가 완화되면서 북한의 식량 사정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북한 당국은 국경 봉쇄를 해제하면서 공개 처형을 늘리고 이를 주민들에게 강제로 참관하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미국 국무부는 지난 4월 22일 '2023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간하고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이 실린 신문지를 깔고 앉기만 해도 정치범으로 처벌하는 등 강력한 주민 통제에 나서며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은 최근 국경 봉쇄를 완화하면서 공개처형을 늘리고, 공개처형 참관이 학교 현장 학습으로 이뤄지기도 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9월 국가재산으로 등록된 소를 도살해 판매한 혐의로 9명을 공개처형했고, 2만5000명이 모여 이를 지켜봤다고 전했습니다.

이예진: 국경 봉쇄가 완화되면서 아무래도 탈북이 걱정됐겠죠. 먹고 살기도 힘든 주민들에게 점점 더 가혹해져만 가는 김정은 정권, 올해 북한의 인권 상황도, 식량 사정도 개선되기 어려워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북한 정권이 현재의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김씨 일가의 4대 세습으로 이어지는 한 우리가 바라는 수준에서의 인권 상황 개선이나 경제 개선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김정은 정권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자신들의 생존과 권력 유지, 이 두 가지 밖에 없거든요. 이 두 가지를 지켜낼 수 있다면 그들은 북한 주민 10만명이 굶어 죽는다 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번에 북한 영상을 공개한 분의 인터뷰를 보면서 특히 ‘김정은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모르겠다. 정치적인 발언은 할 수 없다”며 “최고지도자가 하는 일에 대해 ‘이렇게 해야 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는 부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최고 지도자가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 이런 절대적인 세뇌 상태를 깨지 못한다면 북한 주민들은 아마 평생 독재정권의 노예로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분은 북한을 벗어난 상태임에도 여전히 김정은을 두려워 하고 그에 대한 비판을 할 엄두조차 못내는 거잖아요. 그만큼 세뇌를 깨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RFA와 같은 방송들의 역할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우리만이 북한 내부에 진실을 전할 수 있습니다. 최고지도자는 결코 신이 아니며 그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언제든,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국민은 권력의 노예가 아니라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