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여성 의류 특화 전시회를 개최했는데요. 북한에서 직접 만든 제품을 처음 발표한 전시회에서 굉장히 낯익은 가방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죠.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조선중앙통신은 '봄철 녀성옷 전시회 2023'이 지난달 24일 평양에서 개막해 지난 4일 폐막했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이날 전시장에는 연령별, 직업별 특성과 체형에 맞는 원피스와 양복, 투피스, 셔츠, 치마, 운동복 등 화사한 색상의 다양한 봄, 여름 의류가 출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전시회에 이어서 이번 전시회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외 명품을 그대로 모방한 가방이 등장했습니다. 공개된 사진에서 여성이 들고 있는 가방은 루이비통의 몽테뉴 제품과 디자인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포착돼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예진: 굉장히 낯익은 이름이네요. 그러니까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해외 명품을 그대로 모방한, 소위 짝퉁 제품을 북한이 계속 창작품인 것처럼 소개했다는 얘기네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여성옷 전시회가 열린 것은 작년 10월에 이어서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 전시회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건 샤넬 로고가 박힌 가방이 떡하니 진열대에 있는가 하면 또 유명 브랜드인 버버리를 카피한 것, 즉 모방한 것 같은 가방과 또 디올이 만든 향수병, 일본 스포츠 기업 아식스의 디자인과 매우 유사한 형태의 운동화 등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모방한 것으로 보였지만 정작 북한은 시치미를 떼었죠. '전시회장의 모든 것이 모두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재로 만든 우리의 것이다'라고 선전하면서 뻔뻔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예진: 북한에서도 상류층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루이비통이나 샤넬, 크리스찬 디올 등 명품 브랜드, 상표를 잘 알고 있다고 하는데요. 대다수 일반 주민들은 잘 몰라서 이런 전시회가 열리고 언론을 통해 노출이 되면 '우리가 제품을 잘 만드는구나'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런 걸 노린 걸까요?
김금혁: 그렇다고 봐야겠죠.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꾸준하게 경공업 분야, 특히 인민 소비품 분야를 발전시키는 것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의류 분야나 또 식료품 분야, 화장품 등 다양한 소비재들이 품질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서 많은 발전을 거두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가 종종 유튜브를 통해서 북한 내 상점들, 쇼핑몰들을 구경할 기회가 있는데, 그때마다 북한 국산품들의 수준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들이 보이곤 했거든요. 물론 어디까지나 보여주기 식이고 또 평양에만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방은 여전히 낙후하다 이런 평가도 존재하지만 적어도 제가 10년 전에 북한에 있을 때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진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성옷 전시회도 이런 선상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인민생활 발전 지표 중 하나로 경공업 품질 제고를 꾀하고 있고, 특히 현대 의상과 관련된 산업과 문화를 진화시켜서 주민들의 민생이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포석으로 풀이가 되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북한은 ‘세계적인 피복 공업의 발전 추세에 맞게 선진적인 옷 설계와 가공 기술로 제작한다’라고 선전을 하지만 흔히 우리가 저소득 국가나 혹은 개발도상국이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처럼 해외 제품의 디자인 형태를 그대로 모방하는 정황이 이렇게 관찰되고 있는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 기술이라는 것이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이 걸리고 또 이런 노하우가 쌓여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 것인데, 짧은 시간 안에 김정은 위원장이 요구하는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니 모방이라도 해서 일단 모양새는 갖추어 가려는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예진: 외부 방송을 듣고 있는 북한의 청취자시라면 크리스찬 디올이라는 상표를 최근에도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딸 주애 양이 입어서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죠?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저희 방송에서도 한번 보도를 해드린 바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 양이 아버지의 현지 지도를 동행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서 매우 비싼 브랜드인 디올의 명품 자켓을 입고 등장을 해서 많은 논란이 된 바가 있습니다. 당시 김주애 양이 입었던 옷의 가격은 약 1900달러가 넘는 매우 고가의 제품이었습니다. 사실 저 정도 가격대의 옷은 한국에서도 쉽게 못 입는 정말 비싼 옷이라고 봐야죠. 돈이 많으면 그 돈을 어디에 쓰든 그건 철저히 본인의 자유에 속합니다. 다만 이것이 북한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작년 말부터 북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식량이 없어서 굶어 죽고 있고,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던 시점에 최고 지도자의 딸이 일반 주민들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가격대의 옷을 입고 버젓이 방송에 나왔다는 것은 분명 비판 받을 만한 행동이었습니다.
북한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그 다음부터는 저렴한 옷을 입은 김주애를 등장시켰죠. 사실 북한의 최고 지도층이 이러한 고가, 값비싼 해외 명품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도 합니다. 2018년 9월 20일 북한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만난 리설주는 샤넬 가방을 착용한 채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수백만 원이 넘는 가방이었죠. 또 이 밖에도 리설주는 수천 달러짜리 디올 핸드백과 티파니 목걸이를 착용한 모습을 종종 방송에서 보여주곤 했습니다. 과연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이러한 모든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예진: 지도층은 값비싼 해외 명품 진품을 입고, 주민들에게는 짝퉁을 북한산으로 소개한다는 게 참 북한답네요. 북한이 모방하는 분야는 가방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유명 밥가마 쿠쿠를 북한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있어 문제가 됐죠?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요즘 한국의 신조어에 이런 말이 있죠. '웃프다' 웃긴데 슬프다는 말입니다. 좀 민망하기도 하네요.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쿠쿠전자의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해 쿠쿠 밥솥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4월 14일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이 개성공단 내 설비와 원자재를 이용해 쿠쿠 밥솥을 생산하고 평양의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개성공단 철수 때 쿠쿠전자는 밥솥 완제품 1만여 개와 42만여 개를 만들 수 있는 부품과 자재를 두고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FA는 "이 밥솥을 생산하는 인력은 개성공단이 운영될 때 남한의 쿠쿠전자 기업에 근무하던 개성 주민들이다"라고 전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전기밥솥에는 비음성 압력밥가마라는 상표가 붙어서 평양 백화점에서 6인분 밥솥은 50달러, 또 10인분 밥솥은 80달러, 북한 돈 65만 6천 원 정도 되겠네요. 이런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는 초고가 상품인데도 밥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북한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짝퉁 쿠쿠 밥솥에는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합니다. 북한의 기술력 부재와 유엔 제재로 인해 압력 밥솥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필수 부품이 빠져 있는 것이죠. 이 부품은 밥솥의 압력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장치인데 이것은 상당한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북한은 그 기술을 개발할 여력이 없다 보니 아예 장치를 제거한 채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이건 폭탄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압력 밥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압력을 잘 통제하는 것인데 이게 빠져 있으면 밥 짓다가 밥솥이 통째로 폭발할 수도 있는 것이죠. 북한도 이걸 알면서도 당장 돈이 급하다 보니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예진: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모를 것 같은 북한의 짝퉁, 하나 더 소개해 드리죠.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시찰한 국가우주개발국 이름이 NADA더라고요. 아마 이 이름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뿐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김금혁: 지금 이 뉴스를 소개하면서도 정말 웃긴데요. 북한 주민들은 모를 것 같습니다. 미국에는 미 항공우주국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역사도 길고 또 그 명성이나 기술력, 영향력은 우주 분야 세계 최고인 기관입니다. 이 기관의 이름이 NASA입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분들은 눈치를 채셨을 것 같은데, 북한의 우주개발국 이름이 뭐라고요? 나다입니다. NADA죠. S가 D로 바뀐 것입니다. 심지어 이 기관을 뜻하는 로고, 그림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그림도 너무나 유사합니다. 멀리서 얼핏 보면 헷갈릴 정도로 정말 유사한 수준인데, 이건 누가 봐도 북한이 미국의 나사를 모방하여 이름도 비슷하게 짓고 회사 로고도 따라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미 제국주의를 그토록 싫어하면서 좋은 건 다 따라 하고 싶은 것이 북한 마음인가 봅니다. 자본주의, 날라리를 그렇게 비판하면서 정작 지도부는 그 누구보다 자본주의 제품을 사랑하고 비싼 명품을 좋아하는 이중적 행태는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렇게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회주의의 창조성은 다 어디 가고 잘 나가는 자본주의 제품을 모방하고 카피하면서 자기 식이라고 우기는 뻔뻔함만 남았을까요?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저 민망하고 안쓰러울 뿐입니다.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