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한은 왜 국보급 선수 한광성을 가두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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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남북 관계 악화 속에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까지 더해져 한국에선 북한 관련 뉴스에 ‘북한 소식 이제 알고 싶지도 않다’ 이런 반응이 늘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나마 인터넷 이용자 반응이 컸던 뉴스들 모아봤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북한 대외선전매체 내나라는 최근 8분짜리 영상을 통해 '마두산'이라는 상표를 붙인 전기차를 소개했습니다. 영상에는 '마두산 전기자동차'라고 적힌 번호판을 단 승용차가 빗길을 달려 전시장에 도착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최대 주행거리는 720km라고 소개했습니다. 이 영상에서 대외무역업체인 '마두산 경제연합회'는 해외 자동차 업체에서 "전기차를 수입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예진: 영상 하나만으로는 설명이 좀 부족한 거 같은데요. 우선 마두산 경제연합회는 최신 전기자동차를 들여올 정도로 능력 있는 무역기관입니까?

김금혁: 마두산경제연합회는 2018년 5월, 꽤 최근 설립된 대외 무역 기관입니다. 약 8분 길이의 영상에는 마두산경제연합회가 진행 중인 사업들이 담겼는데요. 이 영상은 마두산경제연합회에 대해 "마두산은행의 철저한 신용 담보 하에 국제경제지대와 에네르기(에너지) 및 지하 자원개발, 마두산 손전화기 생산을 기본으로 하면서 폭넓고 다방면적인 무역활동을 벌리고 있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신용 있는 대외 무역 기관"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영상의 설명에 따르면 마두산경제연합회는 현재 신의주국제경제지대 개발, 광산·탄광 개발, 귀금속가공 등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외에도 마두산에네르기합영회사가 운영하는 화력발전소, 마두산손전화기개발제작소가 만드는 휴대전화, 마두산전기자동차기술교류소가 제작한 전기차 등이 소개됐습니다. 마두산경제연합회는 전기차 외에 선박 운송업도 소개했습니다.

종합적으로 설명한다면 마두산 연합회는 북한의 무역 상당 부분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외자 유치를 위해 만든 종합 상사 느낌입니다. 북한 정부에서 직접 관여하는 것이겠지만 마치 민간에서 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조직 구성을 보면 총책임자는 회장, 그 밑에 다수의 부회장직을 두었는데요. 회장이나 부회장이라는 직함은 북한에선 거의 쓰지 않던 직함인데다 보통 이런 직함은 해외 민간 회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라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북한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죠. 마치 민간 교류처럼 보이고 싶은 것이죠.

이예진: 한국 언론들이 이 영상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검증이 안 됐다, 허풍이다, 전기도 부족한데 웬 전기차냐 등등의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최대 주행 거리가 720km라는 것부터 의심을 사고 있는데요. 금혁 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금혁: 저는 영상을 두 번, 세 번 봤습니다. 분석할 부분이 많기도 했고 또 개인적으로 흥미로웠거든요. 일단 먼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허위에 가까운 과장 광고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먼저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전기자동차의 경우 외관을 보면 중국산 BYD 전기차와 매우 유사합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자가용 차량 생산 기술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 이전에 운용하던 평화자동차도 생산을 멈추지 않았습니까. 그 수준에 해외 판매를 위한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고, 아마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들여와 북한 내부에서 판매한다는 뜻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는 전기차 수요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전기차는 무엇보다 충전소가 필요한데 북한에는 충전소가 없죠. 전기가 남아 도는 나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주민들에게 공급되어야 할 필수 전기도 없는 판에 전기차 운용은 아예 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또 북한이 광고하는 주행거리 720km도 말이 안 됩니다.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의 테슬라 Y의 경우 주행거리가 500km입니다. 한국의 기아 EV6도 500km 정도입니다. 전기차 선두를 달리는 두 나라도 700km에 근접하지 못했는데 북한이 700km를 넘는 전기차를 생산, 판매한다는 것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허위 광고에 가깝다고 봐야죠.

혹은 이런 점도 있습니다. 중국산 전기차를 북한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북한은 중국보다 인건비가 훨씬 싸고 모든 것이 당국의 통제 하에 있으니 공장을 짓는 것도 싼 값에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생산된 완성품은 다시 중국으로 들여와 판매하거나 해외로 수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중국이 그것을 허락할 때 가능한 일이겠지만요.

이예진: 인터넷 이용자들도 북한에 대해 이제 반은 전문가 수준인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 없이도 꿰뚫어보는 듯한 댓글이 많았는데요. 몇 개만 소개해 주시죠.

김금혁: "누가 봐도 중국 BYD 차량과 외관이 비슷하다", "배터리 떨어져서 서면 소가 끌고 가겠네", "충전기 꽂는 순간 주변 주택들 정전되겠지", "전기가 끊겨 고층 아파트는 승강기가 있어도 걸어 다녀 낮은 층이 인기가 있다던데 전기차 충전소는 여러 군데 있고??", "정은아..!! 인민들에게 필요한 건 전기차가 아니라 전기다. 그리고 쌀이 아니라 지금 당장 옥수수, 감자가 필요하다"

폐부를 찌르는 댓글들입니다. 우리 국민들도 이젠 북한이 어떤 거짓 선전을 한다 해도 잘 믿지 않고 오히려 북한 당국의 속내를 훤히 꿰뚫고 있죠. 또한 북한이 내보낸 광고 사실 그 질적인 면에서 너무 많이 낙후하거든요. 이런 댓글도 있었습니다. “북한이 만든 광고는 어떻게 보면 아주 큰 대외무역기관을 홍보하는 매우 중요한 광고임에도 그 수준이나 완성도적인 면에서 한국의 일반 광고 전공 대학생이 조별 과제로 제출하는 것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 11일, 2026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서 북한이 미얀마를 상대로 4-1 대승을 거두면서 3차 예선 진출에 성공했죠. 최근 예선전마다 ‘인민 호날두’로 불리는 북한 축구 선수 한광성의 활약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한광성 선수의 지난 2, 3년간의 숨겨졌던 행방이 알려져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축구팀에서 선수로 활동했던 재일교포 출신 안영학 축구감독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광성은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 갇혀 2~3년 정도 혼자 훈련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광성 선수는 카타르 스타스 리그에 소속된 축구팀인 '알두하일'과의 계약이 해지된 이후 종적을 감추며 3년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안영학 감독은 한광성이 중국에 갇혀 있던 기간에 조금 더 빨리 북한 축구팀으로 돌아가 활동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CNN에 밝혔습니다.

이예진: 세계적인 능력을 갖춘 한광성 선수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갇혀 있었다는 게 참 안타까운데요. 인터넷 이용자들의 마음도 거의 비슷했습니다. 들어볼까요?

김금혁: "훌륭한 재능을 타고나도 저렇게 잘못된 나라에 태어나서 묵살될 수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꼭 탈북하기를 바란다", "탈북하려다 걸렸으니 북경 대사관에 3년 동안 갇혀 있던 거 아닐까", "하루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네요. 통일되면 축구도 잘해지겠네요. 북한에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넘치는데…"

참 안타까운 소식이죠. 저희도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한광성 선수의 근황에 대해 소개를 해 드렸었는데요. 중국 대사관에 2~3년 넘게 갇혀 있었다는 소식은 처음 들은 것 같습니다. 제가 주중북한대사관 내부를 좀 알죠. 자주 드나들었으니까요. 혼자 훈련을 했다고 하는데, 사실상 대사관 내부에는 축구 선수가 훈련을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운동 시설은 고사하고 운동장조차 없습니다. 대부분 콘크리트 바닥이기 때문에 거기서 훈련을 한다는 것은 부상을 유발할 수 있고 또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잔디밭이 아니잖아요.

또한 훈련이라는 것은 혼자 뭘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기껏해야 대사관 둘레를 도는 달리기 정도 가능하고 팔굽혀 펴기 정도만 가능했겠죠. 결국 축구선수로서 해야 하는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한광성 선수는 선수 자체로서의 능력도 매우 떨어진 상태일 것입니다. 보통 2개월만 부상으로 훈련에 빠져도 선수가 자신의 원래 능력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한 시즌을 부진에 빠져 통채로 날리는 경우도 많은데 2~3년을 쉬었다는 것은 사실상 전문 축구 선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실력이 하향되었을 가능성이 크죠.

그럼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북한은 국보급 인재인 한광성을 대사관에 가두었을까요? 하물며 대사관 근처 중학교나 고등학교만 가도 잔디밭이 있고 축구부가 있습니다. 거기에 소속되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일임에도 말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광성 같은 상징적인 선수가 만약 코로나 시기 북한으로의 귀국을 거부하고 해외로 망명하게 될 경우 북한 당국은 큰 타격을 입게 되겠죠. 특히 한광성이 이탈리아 생활 시절 보여준 자유분방한 모습들이 북한 당국을 자극했을 것이고, 더 강하게 통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선수로서의 생명을 끊어놓는 한이 있더라도 외출을 못하고 대사관 안에서만 지내도록 한 것이죠. 한광성 선수 개인에게는 참으로 비극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