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김정은 딸에 대한 넘치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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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네. 이번주도 화제를 잔뜩 모은 북한 소식들이 있는데요. 첫 번째 소식부터 알아보죠.

김금혁: 북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딸의 모습이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0일, 18일에 있었던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 발사 현장에 김 위원장과 딸이 동행한 모습을 보도했습니다. 특히 첫 보도 당시 공개하지 않은 사진이 대거 공개됐는데, 김 위원장이 딸을 뒤에서 안은 자세로 미사일 발사 장면을 보거나 한쪽 팔로 딸의 어깨를 감싼 채 환호하는 장면 등도 포함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0년과 2013년, 2017년에 각각 자녀를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공개된 딸은 둘째인 2013년생 김주애로 추정됩니다.

이예진: 남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딸이 공개된 게 처음이어서 더 관심을 모았던 것 같은데요. 사진 몇 장을 두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졌죠?

김금혁: 이번 시험발사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도 동행해 '백두혈통'이 모두 등장한 셈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딸을 처음 공개한 이유로 김일성 직계를 뜻하는 '백두혈통'으로서 권력을 과시하고 '핵무력'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왜냐하면 김주애가 12~13세로 추정되고 있는데 상당히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역사, 김정은의 발자취에 동행했다는 것은 김주애의 앞으로 행보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고요. 다른 북한 엘리트들에게 김정은 일가의 굳건함, 김정은 이후에도 김 씨 일가를 이을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시도로도 저는 판단합니다.

이예진: 사진 몇 장을 두고 이렇게 멀리까지 내다볼 줄은 몰랐는데요. 좀 과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김금혁: 그래서 백두혈통 과시의 목적은 있지만 후계 구도와 연계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 역시 "미사일 성공과 백두 혈통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건 맞지만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지 다음 세대로의 승계 같은 것은 무리한 판단"이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좀 의견이 다릅니다. 앞선 의견에 더 무게를 두고 싶은데요. 그간의 북한 정권이 후계자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 역시 김주애 양의 나이대부터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수행하면서 여러 곳들을 다녔거든요. 해외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이번 김주애 양의 동행이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고 그런 동행을 통해서 후계자로서의 업적을 쌓고, 아버지를 수행하면서 리더의 자질 등을 배운다는 점에서 분명히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이예진: 김정은 위원장이 언론에 드러내는 사진이나 연출 방식을 보면 아버지나 할아버지대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에요. 어떻게 보세요?

김금혁: 오히려 김일성과 유사한 점이 있어요. 김일성 주석은 미디어 활용을 많이 했고 서방세계에 자신을 드러내는 활동을 많이 했거든요. 그러나 김정일 시대에는 은둔의 지도자라는 말도 있었고 언론에 드러내는 것을 꺼려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김정일이 무엇을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죠.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김정은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다 압니다. 오히려 그가 며칠 등장하지 않으면 이상설이 나돌 정도로 언론과의 접촉을 늘려왔다는 점에서 은둔이나 꽁꽁 감싸는 것이 아니라 공개하고, 김정은이 하고 싶어하는 보통국가, 정상국가로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이예진: 네. 홍보라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렇게 사진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남한 시민들의 반응은 전혀 다른 부분을 지적하고 있어서 재미있더라고요.

김금혁: 일반적인 사람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미사일 발사라는 게 자칫 실패로 인한 위험한 상황까지 감수해야 되거든요. 보통의 부모는 총을 쏘거나 폭발물이 터지거나 하는 곳에 자녀를 데리고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례적인 모습이 북한과 대비되면서 격정적으로 표현하시는 분들은 '미친 거 아니냐,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죠.

이예진: 그리고 많았던 의견이 김주애 양의 외모에 대한 얘기였어요.

김금혁: 가장 많이 나왔던 지적 중 하나가 아이가 통통한 편이었죠. 하필 그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현장과 겹치면서 미사일을 하나 발사할 때 천만 달러를 씁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 있는데, 그걸 바라보는 김정은 부녀는 통통한 반면 북한주민들의 곤궁한 삶을 살고 있고 굶고 있는 것과 대비되면서 그런 비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그럼 다음 소식 알아보죠.

김금혁: 북한이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인 카타르와 에콰도르 간 경기의 일부를 TV로 중계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21일 "국제축구연맹 2022년 월드컵경기대회가 20일 카타르에서 개막됐다"고 짧게 보도했는데요. 중앙TV는 경기도 2~3분가량 영상으로 편집해 보여줬습니다. 방송은 여기에서 끝났지만 그 다음이 사실 중요한 게 있었잖아요. 한국의 자랑스러운 방탄소년단(BTS)의 정국이 개막식 공연에서 '드리머스'를 불렀다는 내용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는데 이것만 쏙 빼고 보도를 했습니다.

이예진: 한국에선 며칠간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한국의 가수들, 방탄소년단의 막내 정국이 노래를 부른 개막식의 주요 공연이 가장 큰 화제였고요. FIFA(국제축구연맹)를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도 극찬을 받았거든요. 짐작은 갑니다만 북한에서 이 소식을 빠뜨린 이유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금혁: 뭐니뭐니해도 자격지심 때문 아니겠습니까? 본인들은 참가조차 못하는 월드컵이고요. 북한이 폐쇄적이고 비정상적인 국가다 보니 월드컵을 구경하러 가지도 못합니다. 그런 속에서 한국은 10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했고, 한국의 가수가 전 세계적인 무대에서 모든 집중과 관심을 받는 모습에 배가 아플 수 밖에 없고요. 이런 소식을 북한 주민들이 들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동요나 부러움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정보를 통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예진: 남한 시민들은 이 소식을 보고 꽤 날카로운 지적을 했습니다. '월드컵 영상, 북한이 과연 돈은 내고 보는 거냐, 몰래 그냥 내보내는 거 아니냐' 이런 글들이 많았거든요.

김금혁: 저작권료를 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게 불법은 아닌 게 국제축구연맹이 중계권료를 못 내는 가난한 나라들에게 무료로 제공합니다. 세계인의 축제가 모든 나라에 전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에 국제축구연맹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요. 실례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북한도 진출을 했었는데 돈이 없어서 중계권을 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이 특별히 북한에게 무료로 영상을 제공해줬고 북한 주민들이 그 덕분에 월드컵 영상을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경기도 틀어주는데 자랑스러운 손흥민 선수가 뛰는 토트넘의 경기나 예전에 박지성 선수가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는 빼고 방송하는 걸 여러 번 봤거든요. 북한이 참 쪼잔한 것 같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甲,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