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군 면제 위해 검지 절단, 과거엔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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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최근 북한 내 군입대 대상자들이 자해를 해서라도 러시아 파병을 피하려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은 규정까지 바꿨다고 하는데요. 이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 건지 알아보죠.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북한이 입대 대상자의 입대 조건을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에서 최근 양손 손가락의 일부만 있어도 무조건 입대해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이 생겼습니다. 기존에는 방아쇠를 당길 오른손 검지가 없으면 입대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최근 입대를 피하기 위해 검지를 절단하는 현상이 늘어나자 양손의 검지가 없어야 입대 면제가 된다는 규정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입대 대상자들이 양손 검지를 모두 자르는 현상이 이어지자 또 다시 규정을 이같이 변경한 것으로 보입니다.

군 면제 위해 검지 절단 , 과거엔 어땠나

기자 :그러니까 원래는 오른손 검지가 없으면 총을 쏠 수 없으니 군 면제가 되었는데, 그걸 이용해 오른손 검지를 자르는 청년들이 늘어났고, 그 숫자가 너무 많아지니까 양손 손가락 중 일부만 있으면 다 입대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는 얘기인데요. 우선 이것부터 여쭤보죠. 러시아 파병 이전에는 북한에서 군 면제를 위해 검지를 자르는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까?

김금혁 :저는 조금 충격적인데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일부러 훼손시키는 행위는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북한 남성은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열에 아홉은 가는 것이 군대라서 다들 그것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검지를 절단할 생각까지는 아무도 안 했던 거죠. 결국 이런 기조가 바뀐 것이 러시아 파병 때문이라면 북한 내부에서 이미 러시아 파병에 대해서, 그리고 어마어마한 사상자 규모에 대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얘기거든요.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 병사들의 진술, 우크라이나군이 밝힌 북한군의 피해 규모를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1차 파병에 동원되었던 12000명의 북한군 중 최소 절반 이상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전사자와 부상자, 그리고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까지 합하면 숫자가 확 늘어나 사실상 전멸 수준의 피해를 기록한 것이나 다름 없거든요. 그런 사실이 북한 내부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전해졌을 지는 파악이 어려우나 신체를 절단하면서까지 군 입대를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해 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끌려가면 무조건 죽거나 크게 다친다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봐야겠죠.

기자 :입대 규정이 두 번이나 바뀔 정도라면 당국이 아무리 쉬쉬 하고 있어도 이제 정말 거의 모든 북한 주민들이 북한군 러시아 파병 사실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많은 북한군 사상자가 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겠죠. 그런데 손가락을 잘라서라도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지금의 분위기, 이게 북한 사회에서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 겁니까?

북한군 러시아 파병 , 북한 사회를 뒤흔드는 중

김금혁 :저는 현재 북한의 상황이 만약 그러하다면 저희가 앞선 방송에서 예측한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드디어 북한 사회를 흔들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미 수차례나 말씀드렸지만, 북한 주민들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참전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뚜렷한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러시아와 북한이 서로 목숨을 걸어가며 지켜줘야 하는 그런 끈끈한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이죠. 정말 말 그대로 특수한 이해 관계에 의해 급조된 동맹 같은 것인데, 조약을 맺었다고 없던 친근감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혈맹 관계라는 것이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어지는 그런 조형물이 아니지 않습니까.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과 러시아는 그저 그런 관계였고, 북한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을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갑자기 진척된 동맹관계에 의해 전장으로 끌려간 북한군 병사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은 도대체 이런 전쟁에 왜 끌려가야 하는지 충분한 이유도 듣지 못한 채 강제 동원에 응할 수 밖에 없었고, 사실상 거부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죠. 그리고 그 결과 수천의 목숨이 1개월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아무 의미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심지어 더 격분스러운 것은 북한은 전사자 가족이나 부상자 가족에게 제대로 된 보상도 해주지 않을 것이란 명백한 사실입니다.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라면 애초에 파병도 없었겠죠. 백 번 양보해서 파병을 했더라도 그에 따른 보상은 정말 잘 해주는 것이 이른바 정상국가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파병의 대가는 모두 김정은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김정은은 그 돈을 갖고 자신의 통치 권력을 강화하는 것에 사용할 것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기에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손가락까지 자르면서 군 입대를 피하는 풍조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끌려가게 된다면 개죽음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이런 일까지 하는 것이죠. 만약 파병에 대해 그것이 정당하고 할만한 가치가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군 입대를 기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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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네. 손가락을 잘라서라도 피하고 싶은 파병,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엔 살아남은 북한군 포로에 대해 얘기해 보죠. 얼마 전 우크라이나에서 붙잡힌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희망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는데요. 그는 과연 그의 뜻대로 무사히 한국에 정착할 수 있을까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19일 한국의 조선일보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 포로가 된 북한군 병사 리모 씨가 난민 신청을 통해 한국행을 희망했습니다. 리모 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80%는 결심했다"면서 "우선 난민 신청을 해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귀순 의사를 밝힌 건 처음입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군 당국자는 북한 병사가 원한다면 한국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자 :이미 이 시간을 통해 포로가 된 북한군이 한국행을 원할 경우 등에 대해서 얘기 나눈 적이 있죠. 선례가 없어서 복잡한 과정이 예상되기는 합니다만, 한국 정부는 즉각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원할 경우 전원 수용하겠다고 말했고요. 우크라이나 국방부 역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죠.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순탄하게 진행될 것 같습니까?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순탄할까

김금혁 :저는 지금 이 분위기대로만 흘러간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 두 병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나서고 있고, 유엔인권위도 직접 이 두 병사가 한국으로 가야 한다고 밝힌 만큼 이를 거스를 만한 어떤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붙잡힌 포로는 자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국제법이긴 하나 러시아나 북한이 북한군의 참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 두 병사의 신병을 인계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미 버린 것이죠.

또한 그럼에도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낸다면 북한은 결코 이 두 병사를 가만히 두지 않겠죠. 자폭하지 않고 포로로 잡힌 것도 북한 입장에선 체제를 배신하는 행위로 간주되고, 주요 언론과 인터뷰까지 하며 실상을 공개했기에 북한은 아마 부글부글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이 북한으로 인계된다면 이 병사들은 심각한 인권 탄압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처형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모두 인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부는 반드시 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이미 본인들도 한국행을 원하고 있기에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한국행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수류탄이 없어 자폭하지 못했다는 북한군 포로의 인터뷰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요. 금혁 씨는 이 인터뷰 내용 중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까?

김금혁 :이 두 병사가 공통적으로 증언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상자 규모였습니다. 함께 파병된 동료들 중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군의 피해 규모가 정말 상당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이 된 셈이죠. 정말 안타깝습니다. 죽어나간 병사들은 모두 20대 청춘들일 텐데, 독재자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너무 덧없이 죽어나가는 현실이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