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러 밀월 관계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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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지난 15일 독일 뮌헨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죠. 이 자리에서 3국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북한은 노발대발하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좀 더 자세히 알아보죠.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8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된 공동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반발하며 "비핵화는 철 지난 얘기"라고 받아치고 "맞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마치 무지몽매한 원시인들이 현대인에게 원시사회로 되돌아올 것을 간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적대적 위협이 존재하는 한, 북한에게 핵은 평화이고 주권이며 국가헌법이 부여한 정당방위수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미북 협상의 최소 조건

기자 :북한의 확고하고 단호한 입장을 다시 한번 보여줬는데요. 결국은 미북 대화 재개 시 핵 포기를 전제로 한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김금혁 : 네 그렇습니다. 당분간은 그래 보입니다. 당분간이라는 단서를 단 이유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없이 과연 현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가장 좋은 협상의 최소 조건은 핵보유국에 대한 인정입니다. 그것이 전제 되어야만 미국과 마주 앉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북한이 꾸준히 밝히고 있는 자신들의 조건이죠.

꼭 그래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 트럼프와의 비핵화 협상에서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핵화를 완성할 시 미국이 과연 북한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매우 근본적인 의구심이 존재합니다. 북한은 체제 생존이 가장 우선 순위의 목표인데 핵이 사라졌을 시 미국이 과연 북한을 북한이 원하는 수준에서 대해줄 지에 대해 일종의 공포감을 갖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척 하면서 결정적으로 모든 핵무기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은 것이고 미국 역시 그 점을 파악하여 회담이 결렬된 것입니다.

지금 북한은 다시금 그때의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과거와는 다른 결과를 얻기 위해선 그때와 조건도 달라야 한다고 믿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 받고 그 상태에서 회담을 하는 것이라고 북한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회담이 다시 망하더라도 핵보유국의 지위는 남아 있길 원하죠.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어지면 북한의 핵 입장 달라질까

기자 : 그래서인지 북한 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비핵화 원칙에 대한 입장을 낸 건 처음이었죠. 특히 이번 담화에서 미국에 대한 집중 공세를 펼치면서도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적대적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핵은 정당 방위수단'이라는 말을 했는데요.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어진다면 핵에 대한 북한의 입장도 달라진다는 의미일까요?

김금혁 :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언제든 때에 따라 미국에서 나오는 모든 대북 행위를 적대적으로 규정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과연 어떤 행위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대적이라고 표현할까요. 북핵 문제, 북한 인권 문제,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 한미군사훈련, 주한미군의 존재 등등이 주로 거론되는 대북 적대시 행위인데, 이것들이 모두 사라져야 북한이 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는 관계가 되는 것이거든요. 애초에 가능한 범위가 아닙니다. 따라서 북한이 내세우는 논리는 자신들의 체제 존속, 체제 유지를 위한 방어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지 실제 북한이 비핵화나 남북 평화에 대한 의지가 있어서라고 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북한은 대화의 걸림돌은 자신이 아닌 미국에 있다고 여론전을 펴기 위해 저런 말을 하는 것이고, 실제 미국이 상당 부분 양보하여 회담이 진행되더라도 독재 체제 특성상 단 한 가지의 의구심 내지는 위협을 느낀다면 바로 모든 회담을 파기할 수 있으며 그 책임을 또 다시 미국의 적대시 정책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늘 그래왔고 일명 '벼랑 끝 전술'과 '살라미 전술'을 반복하며 생존해 왔습니다. 북한의 여론전에 끌려갈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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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진행 북한 미사일총국이 지난 1월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권오균/Y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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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는 3월 중순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가 실시되죠.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는 거 아닙니까?

3월 한미 연합훈련 맞춰 북한 도발 가능성 100%

김금혁 :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것입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미사일 혹은 핵실험까지도 감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북한과 미국은 서로 탐색하며 약점을 찾고 있거든요. 약점을 쥐고 회담에 임해야 유리하죠.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의 수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군사적으로 무리한 행동들을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현재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데,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분명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은 협상을 통해 러시아에게 북한에 대한 우호를 거두고 적절히 거리를 두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죠.

만약 푸틴이 트럼프를 더 중요하게 여겨 김정은과의 관계를 다시 고민하게 된다면 김정은은 그야말로 위기입니다. 지금 온 국력과 자신의 정치적 운명까지도 러시아 전쟁에 걸었는데, 러시아가 그 대가에 대한 정당한 지불 없이 북한을 방치한다면 그 여파는 모두 김정은이 감당해야 하거든요. 통치의 위기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최대한 존재감을 부각하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무리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제약사들이 생산한 의약품이 러시아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 지난 17일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해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돈독해진 뒤 여러 북한 제약사가 러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했으며 이 중 3개 업체가 올해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 산하 연방 인증 서비스(FSA)에 따르면 평양에 본사를 둔 남송 제약은 인삼 뿌리를 압축해 만든 금당-5 알약을 곤차르에게 공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삼이 원료인 금당-5 알약이 러시아에 수입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위반하게 된다고 NK뉴스는 전했습니다.

기자 :지난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친 러시아 군인 수백 명이 북한에서 치료와 재활을 받고 있다고 이 시간에 전해드렸는데요. 환자만 받는 게 아니라 이번엔 의약품을 러시아에 수출한다고 하는데, 인삼이나 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동방항암소', 혈전용해제 '혈궁불로정'등이 수출 예정이라고 하죠. 북한에서 의약품 부족 현상이 심각한 건 둘째 치고, 수출 의약품의 효능에 대해서도 신뢰가 가진 않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과의 밀착 관계 ,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이유

김금혁 : 북한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건 뭐 그것 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봅니다. 러시아는 독재국가이긴 하나 시장은 자유시장경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건 다시 말해 북한 제품의 경쟁력이 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뜻하고,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아무리 좋아져도 상품의 경쟁력이 없다면 시장에선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북러 사이에 경제협력을 맺었고, 그 주요 분야 중 하나로서 보건이 선택되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협약이고 시장의 논리는 아주 다릅니다. 러시아는 북한에 시장을 열어줄 순 있지만 경쟁력까지 담보해주진 않죠. 손해를 보든 말든 그건 북한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이유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손해를 어느 정도는 메꿔 주며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터주곤 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존재는 순망치한의 관계이기에 밉든 곱든 살려는 주는 것이죠.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그 정도의 이해 관계가 아예 없습니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딱히 손해는 없는 그런 관계죠. 동맹 수준의 협약을 맺었다고는 하나 그 끈끈한 관계라는 것은 긴 역사가 필요합니다. 급조된 동맹은 그저 급조된 이유에 맞게 목적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북한이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는 있으나 본질적으로 경쟁력이 매우 낙후한 북한의 경제 구조에서 나오는 제품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러시아 시장에서 북한의 약들이 경쟁해야 하는 것은 중국약이나 러시아약, 유럽의 약들입니다.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뭐 고생은 하겠지만 그 결과는 암흑일 것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