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김정은, 트럼프 발언에 말려들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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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 날부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해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발언의 진정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북한은 과연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면서 "이제 북한은 핵보유국(nuclear power)이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4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한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며 취임 소식을 간단하게 전했으며 별다른 논평은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22일 소집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거나 구체적인 대미 메시지를 내놓을 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두고 미국이 그간 고수해 온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속에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금혁 씨는 트럼프 발언에 담긴 진정성과 현실성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두 가지 가능성 모두 갖고 있습니다. 일단 진정성을 먼저 논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꾸준하게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왔고, 자신의 대북 정책이 1기 때와 비교했을 때 상당 부분 변화가 있을 거라고 예고했었죠. 그 변화가 결국 대북정책의 목표인데요. 1기 행정부 시절의 목표가 되돌릴 수 없는 완벽한 비핵화였다면 2기는 북한의 핵 능력, 핵보유국으로서의 능력을 인정하되 그것이 미국을 위협할 수준으로는 강화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전략, 즉 핵군축이나 부분적 핵 동결로 간다는 것이죠. 이 부분에 대해 꽤나 상당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언급을 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적 변경에 대해 어느 정도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비핵화가 가진 비현실성, 북한은 어떤 요구 조건을 들어줘도 결코 독재정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그 독재정권의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핵무기라서 결국 결론은 어떤 것을 다 들어줘도 마지막에 가서는 핵무기를 선택할 것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제는 다 알고 있는 것 아닙니까. 비핵화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죠. 이 부분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현실적 접근과 생각을 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전략적 접근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한 것이 바로 핵보유국 인정 아닙니까. 그걸 국제사회는 넘을 수 없는 레드 라인이라 여겨 그동안 무시해 왔던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 레드 라인을 전격적으로 삭제하면서 북한으로 다시 공을 넘긴 것입니다. 미국과의 대화에 필요한 조건을 들어줬으니 이제 김정은도 자신이 가진 패를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그러면서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가진 협상 수단이나 협상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에게 공을 던지며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해줬으니 이젠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무언가를 가져와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협상 압박을 동시에 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북한도 지금 머리가 아프겠죠. 이렇게 쉽게 인정할 것이라고는 예측을 못했을 가능성이 있고, 지금 북한은 트럼프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말려들어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기자 :핵보유국 발언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잘 지냈고, 자신이 돌아온 것을 김정은이 반길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죠. 그동안 어떤 계산이었는지 거의 무반응이었던 김정은 총비서가 날짜까지 딱 맞춘 듯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틀 뒤로 잡은 최고인민회의에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까?

김금혁 : 가능성은 있으나 어쩌면 김정은은 이번만큼은 쉬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리 언급했듯, 북한 역시 아직 트럼프가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이 어렵고, 괜히 메시지를 내는 것이 트럼프의 전략에 끌려 들어가는 모양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죠. 또한 앞으로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할 때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죠. 러시아와의 협력입니다. 러시아와 의견 조율을 하고 러시아를 배경으로 두고 아마 미국과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대 1의 구도에선 북한이 결코 유리하지 않고,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이 깨달았을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러시아와 의견 조율을 통해 미북 사이의 문제를 반미 진영 전체의 문제로 만들어 협상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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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앞으로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해 올지 한동안 지켜볼 것입니다. 그래도 되는 것이 현재 북한은 과거 트럼프 1기 때만큼 미국과의 협상이 절실하지 않습니다. 미국과의 빅딜을 통해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적 혜택을 노렸던 전략은 미국에 의해, 정확히는 트럼프에 의해 철저히 무산되었고 오히려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만 되었죠. 따라서 북한은 과거의 조급함에서 벗어나 이번만큼은 신중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미 작년 연말 회의를 통해 미국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천명한 이상 그 기조를 유지하며 떠보기에 들어가겠죠.

기자 :네.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이 지니고 있던 문서를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여기에 김정은 총비서가 보낸 듯한 신년 메시지도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북한 군인들에겐 위로가 됐을까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 지난 19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최근 김정은의 신년 메시지가 담긴 손편지가 발견됐습니다. 편지에는 "동무들! 동무들이 정말 그립소. 모두가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오기를 내가 계속 빌고 또 빌고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 주시오. 부과된 군사 임무를 승리적으로 결속하는 그날까지 모두가 건강하고 더욱 용기백배하여 싸워주기 바라오"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김정은 12.31"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기자 :사진을 보니 전체가 파란 잉크로 직접 쓴 편지였는데요. 일단은 이걸 일일이 병사들에게 김정은이 직접 썼을 리는 없을 거고요. 또 메시지 자체는 김정은이 보낸 게 맞는 거겠죠?

김금혁 : 김정은의 편지는 맞아 보입니다. 감히 김정은의 편지를 모방할 사람은 없다고 봐야죠. 해당 수첩에서 발견된 이유는 그 수첩을 소지했던 병사가 해당 편지의 내용을 옮겨 적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통 그런 편지들은 모두 외우게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본인이 보기 편한 곳에 적었을 것이고 그게 이번에 발견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문건 중 북한군이 지녔던 작은 수첩에는 '조국에 대한 노래' 등 애국심을 고취하는 북한 노래 가사들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김정은의 손편지나 이런 노래가사가 사선에서 싸우고 있는 북한 병사들에게 힘이 되고는 있을까요?

김금혁 : 해당 편지가 보내진 시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작년 12월 31일이죠. 물론 새해를 앞두고 보낸 연하장 성격도 있겠으나 북한군이 현재 쿠르스크 전선에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고, 숱한 병사들이 죽거나 다친 시점 아닙니까. 그만큼 병사들의 사기저하도 막심하겠죠. 김정은의 편지는 병사들을 독려하고 무너진 정신 상태를 다시 세우기 위한 '세뇌용'이라고 봐야 합니다.

포로로 잡힌 병사가 밝혔듯, 많은 병사들은 자신이 누구와 싸우는지도 모른 채 파병이 되었고 부모들도 모두 이 사실을 모른다고 하죠. 현장에 있는 병사들의 심정이 어떨까요. 아무런 명분 없는 전쟁에서 동료들이 죽거나 다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큰 사기저하로 이어질 것이고, 더 나아가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 입장으로선 큰일이죠. 그렇기에 북한은 해당 병사들에 대한 사상 세뇌 작업을 더 강하게 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노래나 편지들을 옮겨 적게 하고 매일 보게 하면서 세뇌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