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미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이 마무리됐습니다. 큰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는데 사실 이번에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다수입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도 들고 갔지만 김정은을 만나지도 못했고, 또 회담이 끝난 후 돌아가는 길에 북한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미국이 이번에 강도적 요구를 했다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이번 회담에 큰 기대를 가지고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조미사이 다방면적인 교류를 하는 문제, 조선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정전협정 65돌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문제, 비핵화조치의 일환으로 ICBM의 생산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한 대출력발동기시험장 폐기문제, 미군유골발굴을 위한 조속한 실무협상 재개 문제 등 광범위한 조치들을 각기 동시적으로 할 것을 제기하고, 미국이 이에 대해 뭔가 새로운 선물을 가져올 줄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거죠.
대신 미국은 ‘일방적으로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강도적인 비핵화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했습니다.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에 대해서는 ‘한두 개 일시적으로 취소한 것을 큰 양보처럼 광고했지만 총 한 자루 폐기하지 않고, 모든 병력을 종전의 자기 위치에 그대로 두고 있는 상태에서 연습이라는 한개 동작만을 일시적으로 중지한 것은 언제이건 임의의 순간에 다시 재개될 수 있는 극히 가역적인 조치로서 우리가 취한 핵 시험장의 불가역적인 폭파페기조치에 비하면 대비조차 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방식대로 북미관계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죠. 회담결과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번에 조미사이의 신뢰는 더 공고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확고부동했던 우리의 비핵화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위협도 했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종합하면 이겁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만을 목적으로 한 회담이 아니다. 과거의 낡은 방식과 결별한 새로운 방식으로의 조미관계 전반을 발전시키기 위한 합의이다. 이를 위해 다방면적인 조미관계도 빨리 확대발전시키고, 종전선언 포함해 영구적인 조선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조치들도 빨리 하고,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는 한미군사훈련만 중단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한미의 군축, 군사적 역량을 북한이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축소하라’는 것이죠.
즉, 조미관계 촉진을 통해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종전선언을 통해 김정은을 또 다시 미국을 타승한 위대한 영장으로 부각시키며, 단계적․행동대 행동 접근을 통해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축소시켜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그때 가서 보겠다는 거죠.
대북제재 해제하기 전, 미국의 위협이 한반도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북한의 선 비핵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또 있습니다. 북한은 ‘평화는 총대위에서 나온다’, ‘승냥이의 본성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까마귀가 절대로 백로가 될 수 없듯이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적 본성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를 나라의 국방, 대외정책의 확고부동한 철학으로 가지고 있죠.
이런 북한하고의 비핵화 협상과 경로에 참 어려움이 많겠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