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다자 국제안보포럼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이 끝났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북한외무상 이용호를 포함해 미중한 외교수장들이 모두 참가했고, 또 지난 6월 12일 미북정상회담 장소인 싱가포르에서 열린 것으로 해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추가적인 진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높았던 회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좀 실망스럽게도 이와 관련된 별도의 큰 진전은 없었습니다. 다만 북한이 정전협정체결 65돌 계기 미국으로 돌려보낸 미군유해 전달 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낸 김정은의 친서에 대한 답신이 있었을 뿐이죠.
또한 북한이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한 한중, 한미 사이 논의가 진행된 정도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기대했던 남북, 미북사이 회동도 이뤄지지 않았고요, 대신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차가 확인되고, 미북사이 날선 주장이 되풀이 되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북한외무상 이용호는 연설에서 북미수뇌 공동성명을 책임적으로 이행할 북한의 결심과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그 이행에서 근본열쇄는 신뢰조성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쌍방이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서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순차적으로, 단계별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미국이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나온다면 그에 상응하게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미국이 북한의 우려를 가셔줄 확고한 용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북한만이 일방적으로 먼저 움직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했죠.
일단 대화 판은 깨지 않고 이어가려는 태도입니다만 이처럼 비교적 외교적으로 한 발언에 비해 북한의 관영매체는 더 심한 비난과 주장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논평 '압박외교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에서 미국의 선 비핵화 요구,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을 '가는 방망이에 오는 홍두깨'에 비유하기도 했죠. 미국이 제재의 방망이를 들이대면 북한은 핵이라는 홍두깨로 저들의 핵 강국 지위, 자강력을 백배해준다는 것입니다.
또한 아태평화위는 백서를 발표해 미일원자력협정 자동연장을 맹비난했죠. 미국이 1988년 협정을 맺어 핵무기 보유국이 아닌 일본에 2중 잣대를 적용해 핵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플루토늄 재처리, 우라늄농축을 허용해주었고 지금은 또 자동 연장해줬다는 거죠.
그래서 일본은 지금까지 47톤의 플루토늄을 비축했고, 이는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을 7천 800개 만들 수 있는 양이라는 겁니다.
다른 이전 기사에서는 '이는 우리에 대한 CVID와 같은 일방적이고 날강도적인 요구만을 내세우며 조미공동성명의 리행에 의도적인 장애를 조성하고 있는 것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비핵화라는 면사포속에서 우리를 무장 해제시키고 일본을 아시아 제패전략실현의 돌격대로 내세우려는 미국의 침략적 야망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글쎄요, 누구의 것이 방망이고 누구의 것이 홍두깨일까요? 북한은 미국의 대북압박을 방망이로 그로 돌아오는 저들의 핵보유를 홍두깨로 표현했는데, 반대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이라는 방망이에 강력한 대북제재, 국제적 고립이라는 홍두깨로 대응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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