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군 중에는 식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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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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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예고했던 8차당대회를 드디어 개최했습니다. 아주 묘하게 미국의 바이든 신행정부가 출범하기 며칠 전, 트럼프대통령 지지자들을 둘러싼 혼란스러운 미 정국 속에서 선제적으로 열렸습니다.

논의되고 공개된 내용 중 외부세계의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당연히 핵미사일과 관련된 국방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대미, 대남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입니다.

일단 실현가능성과는 별도로 이와 관련된 메시지는 대단히 호전적입니다. 핵 포기는커녕 핵무기 보유는 당연시한 조건에서 사거리 1만 5천km ICBM의 명중률을 높일 것, 핵잠수함을 건조할 것, 극초음속 무기개발을 공식화하는 등 미국을 타깃으로 한 핵무장 현대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모험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곧 출범하게 될 미 신행정부에 미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대미정책을 펴나가겠다,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철회가 없는 한 북한의 대미정책변화를 기대하지 말라, 미국이 북한의 최대 주적이다라는 입장을 명백히 표명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수십 년간 북한이 주장해 온 내용이지만 당제8차대회와 같은 권위 있고 큰 회의에서 다시 천명했다는 점, 그리고 미국의 정권교체가 되는 시점에 재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겠습니다.

더 주목해야할 점은 개정한 당 규약에 국방력강화를 강조해 명시했다는 것입니다. 서문에 공화국 무력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할 데 대한 내용을 보충했고, 조국통일을 위한 과업 부분에서는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을 제압해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데 대해 명백히 했습니다.

남측을 향해서는 북한의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느니 하던 집권자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대통령에 대해 불쾌감을 언급했고, 남북관계가 지금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했죠.

그리고 방역, 인도주의 협력, 개별관광 같은 남측의 제안들을 비본질적인 문제들이라고 평가하면서, 최신군사장비 반입 등 무력증강을 멈출 것과 한미군사훈련중단도 재차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줘야 한다’고 일침을 놨죠. 인사에서는 노 세대가 물러나고 김여정 등 핵외교, 대미, 대남분야에 관여했던 관료들이 부각되지 못하는 분위기를 연출하였습니다.

이번 당 대회는 국방력강화를 특별히 많이 언급했지만 경제는 자력갱생에 맡겼습니다. 앞으로 인민생활이 언제면 나아질지 걱정됩니다.

구소련에 이런 유머도 있었군요.

‘공산주의자가 되면’

어떤 콜호스(집단농장) 의장이 공산주의자가 되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연설하고 있었다. 이보시오, 의장 동지. 우리는 공산주의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데, 왜 식량도 부족해서 굶습니까? 행군 중에는 식사 금지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