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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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양의 새해 첫 날이 밝은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도 다 가고 있습니다. 해마다 반복돼는 일이지만 올해도 새해 가진 결의가 작심삼일로 벌써 끝나진 않으셨겠죠?

서울에서는 국가적 조치로 담배 값이 거의 두 배나 올라 많은 애연가들이 담배를 끊느라 난리가 났습니다. 이번 기회에 적어도 담배 끊는 것만큼은 작심삼일로 만들지 않으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북한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특별한 말이 있죠. '말 반동'입니다. 수령을 신으로, '영원한 태양'으로 모셔야 하는 상황에서 생긴 특별한 체제의 산물입니다. 김정일시대 한 때는 좀 완화되고 느슨해지는 것 같았는데 요즘 말 반동들에 대한 숙청, 처벌이 또 가혹해 지고 있다면서요?

대표적으로 리영호 군 총참모장, 변인선 작전국장이 그 피해자들인데요, 2012년 7월부터 자취를 감춘 리영호 총참모장은 평양의 유명 점집을 찾아 '내가 어디까지 올라 갈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물었고, 이 사실이 김정은에게 보고돼 숙청됐다는군요. 변인선 국장에 대해선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도 역시 말실수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리용호는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당 정치국 상무위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당시 군 1인자 직인 총참모장으로 있으면서 어디까지 더 올라갈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졌으니 아마도 자기 바로 위에 있는 유일한 사람인 김정은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고 오해도 받을 수 있었겠네요.

북한군 내에서 포병 전문가로 꼽히던 그는 2007년 평양방어사령관 재직당시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갓 졸업하고 포병장교로 군 생활을 시작한 김정은의 직속상관으로 그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결국 김정일 사망 후 그의 시신을 김정은과 함께 운구한 군 장군들인 리영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은 모두 핵심 자리에서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인민무력부장 직이 총참모장보다 먼저 호명되는 등 군 서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죠.

2013년 8월부터 북한군 핵심 보직인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맡은 변인선은 지난해 3월에 상장에서 대장으로 진급하기도 했죠.

2012년 한 인터뷰에서는 '우리 군단 장병들의 심장마다에는 이명박 역적패당에 대한 치솟는 증오와 복수의 일념이 펄펄 끓어 번지고 있다'며 '청와대이건 인천이건 다 불바다에 잠기고 역적패당은 단 한 놈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었습니다.

북한기준으로는 이렇게 말을 잘하던 그가 김정은을 비난하는 말도 잘 한 모양이죠?

말 반동으로 치면 사실 김정은의 친부 김정일이 원조입니다. 공개된 60분짜리 그의 육성녹음을 들어보면 참 기가 찹니다.

'우리 사회주의에 자체 모순…, 국가가 먹여 살려 주니까 인민은 의욕이 없다…, 남(南)은 대학생인데 우리는 유치원 수준…, 이대로 가다간 꼴지 중에서 1등 할 것.' 모두 김정일이 자기가 납치한 영화감독 신상옥, 최은희 부부 앞에서 한 말입니다.

요즘 북한 사법당국은 범죄자 소탕을 위한 '100일 전투'를 하고 있다면서요. 아마도 이것도 맨 위쪽에서부터 실시해야 하지 않을 가요?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