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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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한은 내각을 중심으로 당제8차대회에서 제시한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경제작전토의를 심화한다고 합니다.
논의의 핵심은 경제사령부로서의 내각의 통일적 경제 관리를 보장하기 위한 강한 규율과 통제 확립, 통계관리를 보다 개선하며 현실성 있는 계획, 통계, 재정을 보장한다는 내용입니다.
당 대회 때는 내각의 통제에서 벗어난 경제주체들에 대해 '특수성을 운운하며 국가의 통일적 지도에 저해를 주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 어느 단위를 불문하고 강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경고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박봉주 전 총리의 당 중앙위 부위원장 임명에 이어 그가 물러나자 당 경제정책실장이 내각 부총리를 겸하도록 하는 조치를 이번에 취했습니다.
하도 내각과 총리의 발언권이 서지 않고, 특수경제 단위들이 권력과 이권, 외화를 독점하기 때문에 경제 관료가 당 최고위직도 겸하게 해 권위와 발언권을 높이고 내각에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죠.
이른바 중앙계획화경제, 국가의 통일적, 유일적 통제하의 경제시스템을 수립했다는 북한에서 아직까지도 특수경제 단위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내각의 통일적 지도를 확립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큰 아이러니입니다.
계획경제, 배급경제하에서 계획을 할 수가 없고, 공정한 배급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죠. 이는 오래전부터 생긴 아주 고질적인, 북한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암적인 존재입니다. 그러나 왜 수령절대주의국가, 수령의 지시로 못하는 것이 없는 나라에서 이 문제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그것은 이 특수단위 경제들이 수령의 경제, 수령을 옹위하는 최상위 계층의 경제, 돈주머니이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군대를 먹여 살리지 못하고, 후계자가 수령우상화와 측근들 매수를 위해 국가금고가 아닌 개인금고에서 돈을 펑펑 쓰면서 선물정치를 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것이 수령경제입니다.
그리고 핵미사일 등 군수산업에 대한 우선적인 자원배분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생긴 것이 대성경제연합체를 필두로 한 당 39호실 경제부문, 2경제위원회와 당 군수 공업부를 위시한 군수산업복합체입니다.
이들 기관들은 내각이나 재정성, 중앙은행의 통제 밖에서 자체로 외화예산을 세우고, 소속 외환은행들을 통해 자금도 관리하며, 배급과 공급도 자체로 해결합니다.
이밖에도 노동당 중앙위의 재정과 살림살이를 맡아하는 재정경리부, 군과 보위성, 보안성의 경제적 이권, 기구들도 어마어마합니다. 내각은 이들에 비하면 힘도 없고, 돈도 없고, 백도 없는 그야말로 백성의 경제로 전락한 셈이죠. 그런데도 자력갱생, 자급자족, 시스템정비를 한다는데 과연 잘 될까요?
구소련에는 '공산주의 시스템'이라는 이런 유머도 있었군요.
붉은 광장을 여행하던 사람이 가이드에게 물었다.
공산주의 시스템 하에서는 국가가 어떻게 운영됩니까?
가이드가 답했다.
아, 그건 매우 간단합니다. 우리는 열심히 일을 하는 척 하고, 당은 배급을 해주는 척 하는 거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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