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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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제1차 시 ․ 군당 책임비서들의 강습회가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회의실에서 나흘 동안 개최되었습니다. 김정은의 특별한 관심과 참여 속에 진행되었는데요, 개막연설, 다음날 결론, 폐회사 등 거의 매일같이 강습회에 참가하고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기념촬영 때는 1호 행사 의식을 좀 빼고 간부들 속에 서 사진을 찍는 모습도 연출하였습니다. 그만큼 친근감과 대중성을 보여주려는 의도이겠죠.
사실 북한에서 시 ․ 군당 책임비서들은 옛날 군수들처럼 지방과 행정 최말단의 가장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군대로 치면 연대장, 사단장들이라고 할까요. 제일 힘이 세고, 제일 결정권이 많고, 제일 현장에 접근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김일성, 김정일 시대 때도 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공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북한에 군이 200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결국은 이들 200여명을 틀어쥐고 쥐락펴락하면 북한전체를 통치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간부들에 대한 노동당 고급당학교 6개월 강습 등이 있었죠. 간부들이 정기적으로 차례대로 가 자아비판을 하고 하루 종일 생활총화, 학습을 해 그야말로 '껍데기를 벗고 나온다,' '절대로 죄를 짓고 살지 말자!'고 다짐하고 오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지금 고급당학교가 김정은 시대 들어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적발됐으며, 김정은이 직접 공개적으로 잘못을 지적하고 당위원회를 해산까지 했었으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강습회 형식으로 모두를 부른 모양입니다. 또 김정은이 8차 당 대회를 통해서 총비서로 새로운 직함에 추대도 됐기 때문에 통치력을 강화하고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었겠죠.
강습회는 당연히 당 조직지도부가 조직했을 겁니다.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한 조용원 조직비서도 자기 존재감을 과시했는데요, 대체로 자기 손때가 묻고, 자기가 임명한, 그리고 많은 경우 당 조직지도부 출신이거나 이들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는 책임비서들을 김정은에게 더욱 충실한, 당의 영도체계가 더 확실히 선 인물들로 길들이는 계기로 삼는 모양샙니다.
강습회에서 경제문제, 농업, 민심 등 여러 소리들을 꺼냈지만 핵심은 이들을 통해 북한 전역에 대한 노동당의 통치력, 김정은의 장악력을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메시지이죠. 감시와 통치를 당하는 백성들의 입장에선 숨이 더 막히는 장면입니다.
소련 붕괴 후, 한 러시아인이 미국의 거대유희장, 디즈니랜드에 갔다가 조국과 닮았다고 말했다더군요.
그 이유는...
창시자의 거대한 동상이 있다.
뭐든지 줄을 서야 할 수 있다.
더러운 건 감춘다.
광장에서 퍼레이드를 한다.
거스르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이데올로기에 완전히 빠진 사람이 있다.
선전활동에 적극적이다.
꿈의 나라.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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