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선동으로 뒤바뀐 천국과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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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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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북한에서는 3.8국제부녀절 111돌을 기념했죠. 세월이 흐르면서, 특히 북한에서의 3.8부녀절 의미, 기념분위기가 점점 더 특별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신년 연하장과 비슷한 축하장들도 나왔습니다.

'3.8국제부녀절을 축하합니다.' '3.8축하.' 등 다양한 서체의 축하들과 함께 갖가지 꽃송이들, 화려한 꽃다발, 꽃바구니가 등장하는 축하장들 발행으로 여성들에 대한 존경과 축하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또한 부녀절을 맞으며 여성들의 사회참여, 기여를 더욱 독려하기도 했죠. 노동신문은 8일 사설에서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 것을 깡그리 바치는 것은 우리 여성들의 전통적 풍모, 전체 여성들은 새로운 5개년계획의 첫해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오늘의 투쟁에 창조적 지혜와 열정을 다 바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농업, 경공업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들은 국력강화와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할 것, 과학 ․ 교육 ․ 보건 ․ 체육부문의 여성들에게는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공화국의 위력을 과시하는데 한몫 단단히 할 것도 요구했습니다.

여성들의 기여, 참여도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사회에 적극 진출하여 부강조국 건설에 헌신할 뿐만 아니라 나라살림살이도 잘 해야 한다, 옷차림, 식생활 등 문화개선에도 앞장서야 한다,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가정을 애국자 가정으로 빛내어야 한다, 아들 ․ 딸들을 많이 낳는 것은 물론 자녀교양을 잘해 혁명의 계승자로 훌륭히 키워야 한다, 예의도덕과 공중도덕도 잘 지켜야 한다는 등 그 주문이 끝이 없습니다.

오는 6월 중순에는 평양에서 사회주의여성동맹 7차대회도 개최한다죠. 올해 초 당제8차대회가 제시한 강령적 과업들을 높이 받들어 여성동맹을 위력한 정치조직으로 더욱 강화 발전시킴으로써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도모한 다네요.

그렇다면 과연 북한은 노래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여성들에게 생활의 꽃, 행복의 꽃, 나라의 꽃의 지위를 부여하는 천국일까요, 아니면 선전선동의 지옥일까요?

옛 소련에 공산주의체제의 선전선동을 풍자하는 이런 유머도 있었군요.

'천국과 지옥'

라비노비치가 죽어서 저 세상으로 가자 천국과 지옥 중 어디로 가기를 원하느냐고 거기서 물었다.

보여주시면 제가 선택할게요, 라고 라비노비치가 되레 요청했다.

저승사자들은 흔쾌히 라비노비치에게 천국과 지옥을 보여주었다. 먼저 천국에 가 보니 착실한 신자들이 책걸상에 앉아있고 천사들은 신문 사설을 읽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이번엔 지옥으로 갔다. 지옥에서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카드 놀음을 하며, 벌거벗은 소녀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라비노비치는 지옥을 선택했다. 그런데 아까와는 달리, 라비노비치는 벌겋게 불이 달아오른 냄비에 강제로 얹혀 질질 끌려 다니는 꼴이 됐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당신들이 내게 완전히 다른 곳을 보여주지 않았던가요?

라비노비치가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까 거긴 아깃푼크트, 즉 선전선동부야.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