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 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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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틀을 미뤘지만 코로나 비상사태임에도 예정했던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대의원이 아닌 김정은은 예상대로 참석하지 않았고, 회의가 열리기 전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통해 필요한 결정을 모두 미리 하였습니다.
김일성고급당학교 비리사건으로 노동당조직지도부 부장 보직에서 해임된 리만건이 정치국 위원직을 유지한 채 정치국회의에 참가한 것이 아주 이례적입니다. 아마도 연대책임으로 책벌을 자처했을 가능성이 있고, 김정은이 이를 참작해 당분간 부장자리에서만 해임시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지난시기 김정일시대 때 장성택이 어떤 사건의 연대책임을 자처해서 지고 김정일에게 셀프책벌 건의를 했던 유사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번 정치국회의는 코로나사태가 위중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는데요, 첫 번째 안건으로 이 문제가 토의되고 또 결정을 채택하였습니다. 북한이 아직 단 한명의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고, 또 대규모 최고인민회의까지 개최해 전염병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정치국회의 안건을 보면 고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김여정이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의 책임을 지고 정치국 후보위원직을 내놓았었죠. 이것 역시 셀프책벌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번에 후보위원직을 다시 차지함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또한 아주 이례적으로 군 출신에, 대남사업을 맡아보던 리선권이 외무상으로 임명된 후 이번에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고, 또 국무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출됐습니다.
아마도 김정은시대 들어 뚜렷해지는 대남, 대미외교의 융합, 창구 일원화의 일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앞으로 아주 독점적으로 비밀리에 행해지던 대남사업을 외교와 일체화해 풀어나가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리고 또 특이한 점은 포병군인출신 박정천이 총참모장직으로 당 정치국 위원에 이름을 올린 것도 오랜만의 일입니다. 군에 대한 신임, 포병을 특별히 사랑하는 김정은의 의중이 많이 담긴 조치로 보입니다. 이 외에 여러 법들, 예산안이 토의되고 합의됐지만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보건부분, 과학기술부분에 대한 예산지출이 조금 늘었죠. 김정일애국주의로 대표되는 국토사랑, 나무심기, 자연보호 등은 재자원화라는 틀에서 계속 진행되리라 봅니다.
북한매체에 김정일의 유머감각에 대한 글이 실렸더군요. 현지지도의 길에서 적절한 유모를 잘 사용해 일군들과 인민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웃음 속에 자기의 잘못도 깨닫게 해준다는 일화입니다.
어느 날 양어사업소를 찾았는데 한 일군이 양어장 뒤에 솟아있는 산봉우리를 선녀봉이라고 소개했답니다.
김정일이 왜 선녀봉이라고 하는가 묻자 일군은 '옛날에 선녀들이 물 맑은 이곳 샘터에서 목욕을 하기 위해 내려오던 봉우리라 선녀봉이라고 부릅니다.'라고 대답했죠.
그러자 김정일이 지금은 저렇게 나무 한 대 없이 번번한데 선녀들이 내려오면 어디에 몸을 숨기고 옷을 벗겠는가고 호탕하게 웃었다고 합니다. 결국은 이 유머로 나무심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하네요.
아마도 이번 최고인민회의의 재자원화법 채택, 그로 인한 자연보호로 북한의 산과 들도 많이 바뀌겠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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