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은 비가와도 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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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 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요즘 북한 김정은 건강위기설 관련 언론보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데일리NK가 김정은이 묘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수술을 받았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을 시작으로 온갖 추측성기사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김정은이 이미 사망했다, 순항미사일시험을 지도하다 미사일폭파로 사망했다, 현지지도 중 갑자기 심장을 잡고 쓰러졌는데 심장스탠트 시술을 했어야 하나 중국에서 오랫동안 실습한 의사가 거구의 김정은 체통에 익숙하지 않아 1분이 걸려야 하는 시술을 8분 동안 해 뇌에 산소가 공급돼지 않아 이미 식물인간이 됐다는 등 확인이 안 됀 기사들이 세계 최고의 언론사, 선진국들의 전파를 타고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습니다.

또 중국의 의료진이 50여명 북한에 급파됐다, 이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등 더 구체적인 정황증거를 담은 기사들도 뒤를 잇고 있습니다. 급기야 평양시에서 엘리트계층을 중심으로 물건사재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군요. 비상시국에 대비해 식량, 비상용품 등 긴급물자들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는 거죠.

김정은의 건강이상이 실제발생했다면 그것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은 몇 안 될 겁니다. 김여정을 포함한 아주 가까운 가족, 호위총국 관여 자들, 의료진 일부, 그리고 정치국원들, 군부 주요 인사들에 한정되겠죠.

그리고 혹시 중국을 포함한 외부의 지원을 요청 시도했다면 중앙당 국제부와 외무성 극히 일부 인사들, 외국에 나가 있는 해당 지역 연계 포인트들 정도일겁니다.

외부정보기관 노출 위험도는 북한에 대한 주요 통신감청, 북한의 중국 등 주요 대사관들과의 접촉 노정, 그리고 도움을 받기 위한 외부와의 연결시도 등에서 일겁니다.

어찌됐든 현재 관련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데일리NK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김정은이 묘향산 진료소에서 심혈관시술을 받았다면 그것은 급작스런 사고에 의한 것일 겁니다. 왜냐면 김일성의 묘향산사고 교훈으로 아무리 묘향산에 관련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하더라도 급작스런 사고가 아니면 굳이 현지에서 시술을 받을 필요는 없었겠죠. 북한의 심장외과 최고 권위자들은 김만유병원에 있으니까요.

노동당간부나 호위군인들 중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면 문제가 다르죠. 그래도 외부세계에서 그렇게 떠들고 평양시에서까지 사재기현상이 발생한다는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은 좀 이상스러워 보입니다. 깜짝 출현해 모두를 놀 내킬 뭔가 쇼킹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 아닌지요.

어쨌든 시리아대통령에게 답전을 보낸다든지, 북한내부에서 감사장을 보낸다든지 하는 일상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라도 살 아는 있다고 봐야겠죠.

북한은 종종 역정보를 흘려 외부의 심중을 파악하거나 내부의 스파이들을 잡아내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많은 나라들이 가능하면 쓰려고 하는 수법이죠.

그런데 최고 존엄인 김정은의 안위까지 팔아 하려 했다면 정말 사정이 급박한가보죠.

양반은 파, 마늘도 안 먹고 비가와도 뛰지 않는다는 법도를 어기면서까지 말이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