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아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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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 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20일 동안 잠적했던 김정은이 지난 5월 1일 드디어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순천린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는데요, 이로서 그간 떠들썩했던 전 세계의 사망설, 건강위기설 등 모든 설들을 잠재우게 된 거죠.

서울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2명이나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탈북민 당선인들의 김정은건강 관련 발언 때문에 설전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혼자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99%의 확률로 김정은이 이미 사망했다는 코멘트 때문이죠.

결국은 본인들이 사과했고 잘 알지 못하는 사안에 대한 섣부른 판단, 발언이 미치는 파장이 크고 지대하다는데 공감을 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김정은 건강이상설을 어떻게 보고 평가해야 할까요?

우선 핵무장을 지속 강화하고 3대째 수령 독재로 가장 철저하게 폐쇄되고 통제된 북한사회의 불투명성, 위험성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로 됐을 겁니다. 김정은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식별할 수 없다면 그가 내리는 핵단추 발사명령도 100% 완벽하게 잡아낼 수 없다는 얘기도 되겠죠.

그리고 북한의 핵위협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괴력이 실제 어떤 수준인지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전 세계 최고의 국방력, 경제력, 기술력,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 일본, 대한민국이 이를 수행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북한의 위협수준을 가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북한은 이를 시위라도 하듯 김정은이 등장한 다음날 오전 비록 우발적이라고 평가는 하지만 남한의 GP를 향해 총탄을 발사했습니다. 김정은은 건재하고 북한은 끄떡없으니까 자꾸 밖에서 허튼소리를 하지 말라는 경고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 다른 교훈은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이 한반도 위기로 자칫 흐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발적인 사건, 판단 미스, 지나친 정치적인 욕심 등이 작용하여 김정은 유고시를 가정해 위험한 군사적 모험을 단행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아주 예민하게 다뤄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마도 북한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겠죠. 혹시 어떤 장군이 이를 이용해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을 테니까요. 또는 김정은이 판단미스로 먼저 위험한 군사적 도발을 선택할 수도 있고요.

이번에 후계자로 거론된 김여정의 위상도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북한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인데요, 김정은의 여동생으로서 자주 언론이나 공식석상에 등장하고 이번에는 간부서열을 깨고 김덕훈 당 부위원장 겸 정치국위원보다 앞자리에 배석해 앉은 것은 김여정의 위상을 전 세계는 물론, 북한주민들에게도 낙인찍으려는 목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난번에 두 차례나 개인 담화를 내 대남, 대미메시지를 낸 것도 아주 이례적이었죠. 아마도 김정은의 건강이나 위기상황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후계자관련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중노동을 견디지 못해 쓰러진 사람을 '심장아바이'라고 한다면서요. 혹시 '심장어버이'라는 말도 조만간 탄생하지 않을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