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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내 한 결혼식 식당에서 결혼을 마친 신혼부부와 하객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평양시내 한 결혼식 식당에서 결혼을 마친 신혼부부와 하객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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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갑자기 핵전쟁억지력 강화,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한다는 얘기가 나오네요. 그것도 김정은이 직접 주재한 북한 군사정책과 군사력문제 전반을 다루고 지도하는 최고기관인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말입니다.

조용히 무기현대화를 해도 되는데 굳이 공개적으로 핵전쟁, 전략무기, 고도의 격동상태 얘기를 하는 것은 누군가를 겨냥해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가 당연히 깔렸겠죠.

그 상대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일겁니다. 요즘 미국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재선을 앞둔 트럼프대통령이 약간 곤경에 빠지는 듯한 기미를 보이자 그 틈새를 잽싸게 파고드는 모양입니다.

즉, 미국이 북핵 강경대응의 여지를 조금이라도 잃거나 약화되면 SLBM 발사든, 새 잠수함 진수든, ICBM 발사시험 재개이든 도발을 바로 할 것이라는 경고의 내용이 담겼다고 봐야죠.

노동신문은 또 김정일애국주의, 강원도정신, 첨입식 사상사업 등 김정은시대에 만들어진 새로운 시대어를 소개하면서 처녀어머니라는 표현도 소개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가 고아, 부모 없는 아이들을 여러 명 데려다 키우는 아름다운 소행을 지칭한 말입니다.

사실 북한의 모든 처녀들, 여성들이 이런 헌신성을 가지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권력을 좋아하고, 돈과 명예를 좋아하고 편한 삶을 추구하지요. 그래서 관련 유머, 우스갯소리들도 꽤 많이 생겨났습니다.

가자 도시로, 오르자 아파트로! 여성들이 제일 좋아하는 신랑감은 '군당지도원.' 즉, 군에 갔다 온 제대군인이고, 당원이고, 대학을 나온 지식을 겸비한 사람이고, 도덕에 밝고, 집에 원화, 돈이 많은 사람입니다.

요즘은 이것도 많이 바뀌고 있다네요.

'똑똑한 처녀들은 단련대 앞에서 놀고, 부실한 여자들은 도당 앞에서 서성거린다.'

사실 노동단련대는 교화소와 비슷한 죄를 지은 사람들을 가두는 곳인데 여기를 선호한다는 것은 밀수든 장사든 돈을 잘 벌고, 사기를 잘 치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권력, 도당 간부는 이젠 한물갔죠. 그래서일까요. 최고의 신랑감도 '군당지도원'에서 '은장도'로 바뀌었다네요. 은(운)은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 장은 장사를 잘해서 돈을 잘 버는 사람, 도는 도둑질을 잘 하는 사람이라네요. 다 경제와 돈과 관련된 얘기입니다.

또 자강도 여성들은 도시로, 아파트로가 잘 안되니까 '개마고원을 넘자!', 양강도 여성들은 '백암령을 넘자!'가 구호라면서요. 어쨌든 가난하고 힘든 산골을 탈출하자는 얘기입니다.

여성들이 신랑감을 자기들 기준으로 고르는데 남자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죠. 그래서 최고의 신부감은 '현대가재미'라고 합니다. 현금이 많고, 대학 나오고, 집안 가풍이 좋고, 재간이 있고, 미인이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