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데꼬, 북한의 시장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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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미북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왔고 판문점 북측지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방식과 그에 대한 체제보장내용과 관련된 미북사이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요즘 부쩍 북한의 경제번영, 경제발전, 부유해질 것이라는데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사실 앞으로 북한이 경제적으로 번성해지려면 외부의 투자, 자본유치도 필요하겠지만 자체적으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 개혁·개방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겠죠.

과연 북한은 공산당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 경제방식을 대대적으로 도입한 베트남식, 그리고 중국식 개혁·개방을 할까요? 이에 대해서도 요즘 국제사회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고난의 행군'계기로 장마당경제가 확산하면서 생긴 신조어들이 참 많죠? '돈주', '더벌이 식당', '합의제 식당', '메뚜기 장사', '달리기', '낮에는 사회주의, 밤에는 자본주의', '고난의 천리가 가면 고난의 만리가 더 있다.' 그중에는 부동산, 집 장사를 하는 '집데꼬'라는 은어도 있습니다.

시장 활동에서 가장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분야는 당연히 부동산시장이죠.

북한에서도 언제부턴가 집장사가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집을 몰래 몰래 팔았고, 그것이 확산돼 기관들이 집을 지으면서 몇 채는 필요한 자금조달과 엘리베이터, 알루미늄 창, 유리 같은 어려운 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돈과 자재를 내는 사람들에게 분양을 했죠.

그러던 것이 지금은 거대한 부동산시장으로 자랐습니다. 제가 평양을 떠난 2000년대 초반 당시 중구역 노른자위의 가장 비싼 아파트가 2만 5천-3만달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격이 10배 올라 중구역 외성동의 면적 230㎡되는 집은 그 가격이 30만달러나 된다네요. 그만큼 소득수준이 올랐고 수요가 있다는 말이겠죠.

지역별 부익부 빈익빈 차이도 심해져 평양시 외곽지역인 사동구역 삼골동에 위치한 면적 30㎡ 되는 집은 700달러 미만이라네요. 가격이 약 400배 차이가 나고 같은 면적이라고 가정하면 56배 차이가 나네요.

지방에서도 집 거래가 활성화 되고 있죠. 평양시 다음으로 가격이 나가는 지역은 평성시인데요, 평양시와의 차이는 약 2배가 되지만 그래도 평양시를 제외한 지역으로서는 제일 비싸다네요. 다음은 신의주, 함흥, 청진 순서라고 합니다.

대북제재가 전예 없이 강화되면서 개인들의 석탄 장사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멈춰 가격도 대폭 떨어졌고, 탄광 노동자들은 먹고살기가 힘들어 요즘 10살짜리 아이들까지 동원해 15-20kg짜리 석탄 배낭을 지고 장사를 다닌다면서요.

배낭 하나에 1,000원정도 한다니 하루에 이것을 5개 팔아야 강냉이 1kg를 살 수 있다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면서 요즘 적극적으로 대화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정권의 생존, 경제적인 문제때문일겁니다.

앞으로 회담이 잘돼 북한정권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경제적으로 번영하려면 집데꼬들이 합법적으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개혁·개방이 따라서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노동당 간부들이 당 권력보다 집데꼬를 하거나 이에 더 관심을 가지는 세상이 와야 한다는 의미겠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