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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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미 법무부에서는 25억 달러규모의 자금세탁을 해온 북한의 금융일군 28명과 중국인 5명을 기소했네요. 지금까지 미 재무부가 관련 제재를 담당해왔는데 법무부가 나서 문제를 다루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제재기소 규모도 전례 없는 일입니다.
돈세탁 혐의는 중국과 러시아, 오스트리아, 리비아, 쿠웨이트, 태국 등지에서 250여개의 유령 회사와 비밀지점을 마련해 놓고,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이용해 돈세탁을 한 시도가 있었고, 이 돈이 조선무역은행으로 흘러들어가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지원에 사용됐다는 것입니다.
무역은행 전 총재 고철만, 김성의, 그리고 전직 부총재 2명도 포함되었고, 태국에서 조선무역은행 비밀 지점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한기성은 북한의 정보기관 소속이라네요.
중국 국적자 5명도 제재리스트에 올랐는데요, 이들은 무역은행의 중국선양, 리비아 해외지점을 관리 감독했고, 북한이 다수의 중국 은행을 통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거쳐 중국통신회사 장비를 결제하는 과정을 숨길 수 있게 도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구매한 통신장비는 현재 미중 무역 갈등의 중심에 있는 화웨이와 ZTE것이라네요.
사태의 엄중성은 아마도 직접 기소된 인물들의 해외활동 제약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북한 자금들이 국제결제 중에 미국당국에 몰수당할 위험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2015년 이후 현재까지 벌써 6천 300만 여 달러가 몰수된 상태라네요.
북한의 해외결제, 국제금융시장접근이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한 2016년 초부터 대북제재 일환으로 유엔회원국들이 북한 은행지점을 퇴출하기로 되어 있으나 여전히 북한의 은행업무가 중국 베이징, 선양에서 활동 중이라는 점에서 북한은 물론 중국 은행들에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칫 과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란 제재를 위반한 유럽은행들에 엄청난 벌금을 부과했던 것처럼 대북제재를 이행하지 않고 회피를 돕고 있는 중국의 대형은행들에 수억 달러의 벌금을 물리거나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시하면 더 충격이 크겠죠.
일각에서는 미국 금융시장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면 중국 은행들, 금융기관들에 최악이 될 것이라는 평도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죠.
과거 국제사회는 북핵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표적 제재를 시도해 왔습니다. 핵미사일 연관 거래, 인물들, 회사들에 제한적이었죠. 그런데 북한의 체제작동 시스템으로 미루어 이것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당국가체제하에서 국가기관들이 수령과 당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북한 특성상 어느 한쪽만 제재한다고 해서 그 영향이 미칠 리가 없기 때문이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회사이름과 개인 명의를 바꿔달고 활동할 수 있고, 내각소속의 무역은행 계좌를 통해 어떤 거래든지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은 포괄적인 제재로 바뀌었습니다. 몽땅 다 제재하고 자금줄을 틀어막는다는 거죠.
북한에는 '고난의 행군'시기 장마당이 성행하면서 생긴 말이 있죠. '달리기 장, 메뚜기 장, 똑똑이 장.' 아마 국제금융시장에도 조만간 이런 장이 생기지 않을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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