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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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평양종합병원 건설장 현지지도가 있었네요. 마구잡이식, 지휘부 교체까지 언급했다죠.
"건설련합상무가 아직까지 건설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경제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인민들을 위하여 종합병원건설을 발기하고 건설작전을 구상한 의도와는 배치되게 설비, 자재보장사업에서 정책적으로 심히 탈선하고 있다."
"각종 지원 사업을 장려함으로 해서 인민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들씌우고 있다. 건설련합상무가 모든 문제를 당 정책적 선에서 풀어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우리 인민을 위한 영광스럽고 보람찬 건설투쟁을 발기한 당의 숭고한 구상과 의도가 왜곡되고 당의 영상에 흙탕칠 을 하게 될 수 있다." 이것이 이번 현지지도에서 지적된 사항들입니다.
병원건설 주변 주민들, 그리고 평양시 전체 인민들에게 마구잡이식의 세 부담이 돌아가 인민들의 원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런 종합병원이냐? 지금 있는 김만유병원, 평양산원, 적십자병원, 11호 병원, 평양의대병원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라고 불평할듯합니다. 이 병원들은 모두 지금 짓고 있는 종합병원에서 20km 이내에 있는 중앙병원 급 대형병원들입니다.
그리고 '병원 지어봤자 우리 백성들이 치료를 마음껏 받을 수 있겠나? 또 뇌물을 바쳐야, 안면을 이용해야 치료가 가능할 것이고, 그래도 좋은 약, 좋은 치료는 결국 제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핵이니 뭐니 때문에 제재를 받아 점점 더 살아가기 힘든데, 또 코로나까지 덮쳐 먹고살기 힘든데 병에 걸리기도 전에, 병원에 가기도 전에 죽을 판인데 무슨 개나발 같은 종합병원에, 또 그걸 건설한다고 내라는 것이, 걷어가는 것이 왜 이리도 많나?' 뭐 이런 식으로 백성들은 생각하지 않을까요?
사실 북한에서 세 부담은 정말로 고질적인 반인민적 악입니다. 국가가 국가운영, 경제운영, 살림살이를 다 망치고 그나마 정책적으로 필요한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면서 그 부담을 주민들에게 깡그리 전가하는 봉건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착취행위, 피땀을 빨아먹는 행위이죠.
국가에서 언제 주민들에게 휘발유, 못, 작업복, 신발, 시멘트, 철근, 달러를 배급하고 나눠준 게 있다고 이걸 걷어 들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도시락도 바치라고 하는데 아무리 못 먹어도 인민들은 한 3-4명이 집에서 먹을 쌀밥에 몇 달에 한번 먹어보는 고기를 듬뿍 싸서 지원을 합니다.
이것을 매일은 아니더라도 매주 평양시민들에게 요구한다면 정말 누가 짜증을 내지 않겠습니까?
과거 평양시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심화조 사건'이 있었죠. 그때도 민심이 크게 악화되자 김정일은 사회안전성 정치국장을 종파분자, 야심자로 몰아 책임을 지워 숙청했습니다. 그리고 수용소에 보낸 피해자들을 모두 원상 복귀시키도록 했죠. 이번에 또 그런 수법을 쓰는 것은 아니겠죠?
북한에서 인민들은 남에게 붙어먹는 것을 '모기 붙다', 또는 '빈대 탄다'라고 하죠.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외치는 노동당이 인민들에게 계속 빈대타면 될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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