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 보물, 버리면 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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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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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코로나관련 대응을 민감하게 하고 있는 가운데 또 예상치 않았던 사건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3년 전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와 정착해 살던 청년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에 다시 월북했는데 코로나 의심환자라네요.

김정은이 직접 나서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었고 개성지방을 전격 봉쇄 조치하였으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습니다.

김포에서 살던 그는 3년 전에 개성에서 살다 생활고로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왔습니다. 가족, 친척들이 개성공단 쪽에서 일해 잘 살다 개성공단이 중단되면서 생활고를 겪게 되었고, 고생하던 끝에 이런 식으로 살다 죽느니 한번 남조선에 가보기라도 하고 죽자고 결심해 월남하게 됐다죠.

지뢰밭을 몇 시간 동안 헤치고 한강하류를 헤엄쳐 7시간 넘게 생사를 건 탈출 끝에 성공하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남한에서의 정착도 실패해 북으로 다시 가게 되었네요.

귀가 잘 들리지 않던 것이 서울에 와 완치치료 해 좋아했다고도 하는데요, 그러나 얼마 전 성폭행혐의로 고소돼 구속영장까지 발급받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는 월북을 결심하고 통로를 사전답사 해 올 때와 유사한 경로로 다시 개성으로 올라간 모양입니다.

사실 탈북자 한명이 오고 가는 것은 김정은까지 나서 참견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것도 아닌데 노동당 정치국 비상회의까지 연 것을 보면 여러 가지 목적이 있어 보입니다.

우선 북한 내 코로나 유입 책임을 남쪽에 넘겨씌우려는 의도가 있겠죠. 지금까지 북한은 청정지역이라고 자랑해 왔는데 그것을 부정하자니 체면이 안됐고, 그렇다고 많이 유포됐음직한 코로나를 완전히 숨기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고, 국제사회의 협조와 남한과의 공조를 하자고 해도 코로나가 확산되는 것을 전제해야겠죠.

그리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주민들을 엄격히 통제해야 되는 필요성도 있을 겁니다. 자유세계에서도 사람들이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질려 있고 또 견디기 힘든데 이동의 자유 등 통제된 삶을 사는 북한주민들은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게다가 경제, 생활형편도 어려워 더더욱 참기 힘들겠죠. 이런 상황 속에서 사실 코로나만큼 사람들을 통제하고 얽어매는 좋은 수단도 없을 겁니다.

또 다른 이유는 김정은리더십 구축, 우상화 과시의 측면이겠죠. 봐라 우리는 이렇게 청정지역, 철저한 방역 속에서 사는데, 남조선에서 왔다는 탈북자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피해를 입고 있지 않은가, 남조선이 얼마나 오염되고 못살 곳인가 등을 각인시키는 계기로 쓰겠죠.

또한 김정은의 리더십으로 국난을 이겨내고 인민안전을 지키고 있는 것 아니냐 등을 과시하고 싶을 겁니다.

어찌됐던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 사태로 그 이전과 이후의 완전히 판이한 현실에서 살아야하는 숙명에 처해있습니다. 아마도 코로나 사태는 인간의 탐욕, 지구파괴로 생겼으리라 봅니다.

북한에서도 요즘 재자원화를 장려하고 있죠. 나무심기도 많이 하고요. 그러면서 생겨난 말이 '쓰면 보물, 버리면 오물'입니다. 앞으로 전 지구가 오물을 줄이는 운동을 많이 해야겠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