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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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코로나사태 속에서도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들이닥친 오랜 기간의 장마와 큰물피해 속에서도 일상을 이어가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외부에서 회자되는 북한관련 유머를 또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하느님 전상서.
순진한 북한농장 노인이 굶어죽을 지경에 처했다. 옛날 기독교인이었던 그는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고 죽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에게 편지를 썼다. '하느님. 저는 이번 겨울을 넘길 것 같지 않습니다. 자비를 베풀어 제게 10만원만 보내주십시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전영남 올림.'
노인은 편지를 우체통에 넣었다. 이 편지는 검열관을 거쳐 노인이 사는 농장 초급당위원회에 보내졌다. 당위원회에서는 이 노인을 처벌하는 대신 도와주면 당의 아량과 배려를 선전할 수 있다고 타산하고 당 예산으로 5만원을 도와주기로 결정했다.
노인은 당위원회에 불려나갔고 당 비서는 이 땅에는 하느님 따위가 없으며 이번 한 번은 노망을 너그럽게 용서해준다고 말했다. 또 하느님도 구제 못하는 일을 당에서는 한다고 선전하며 돈을 내주었다.
노인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장 두 번째 편지를 썼다. '하느님. 보내주신 돈을 정말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보내주실 때에는 당위원회를 거치지 말고 직접 제게 보내주십시오. 그 망할 도둑놈들이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돈을 절반이나 떼먹고 자기네가 주는 돈이라고 거짓말을 늘어놨습니다. 전영남 올림.'
노동당이 그간 얼마나 신망을 잃었으면 평생 교육교양하고 길들인 노인이 언제 하나님을 더 믿게 되었을까요?
다음 유머입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지옥.
한사람이 죽어 지옥에 보내졌다. 지옥입구에는 두 가지 간판이 붙어있었다. 자본주의 지옥과 사회주의 지옥. 그런데 사회주의 지옥입구에만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는 그 끝에 가 서서 앞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이곳 지옥은 어떤가요?'
'석탄 불속에 집어넣었다가 거기서 나오면 다시 면도날 위를 맨발로 걷게 한다는군요.'
'근데 왜 이쪽 사회주의 지옥에만 사람들이 몰려있나요?'
'사회주의 지옥이라면 틀림없이 석탄도 귀하고, 면도날도 구하기 어려울 테니까 아무래도 고생이 덜할 것 같지 않소?'
군에 육류공출
1990년대 중반 갑자기 인민군대 지원을 강화하라는 방침이 내려왔다. 군대에 육류를 풍족히 지원해 영양실조 환자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당 간부가 김철수 동무네 집에 찾아와 물었다.
'동무는 인민군대를 위해 돼지를 바칠 준비가 돼 있소?'
'물론입니다.'
'그럼 염소는?'
'당연하죠.'
'양은?'
'더 말이 있습니까.'
'음 그럼 아까 내가 들어올 때 꼬리 흔들던 개를 바치는 것이 어떻소?'
'그 개만은 절대 안 됩니다.'
'무슨 소리요? 돼지도, 염소도, 양도 다 바칠 각오가 돼 있으면서 왜 개만은 안 된다는 거요?' '저한테 개밖에 없으니까요.'라고 철수동무가 대답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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