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밥에 고기국은 남조선에서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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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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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태풍 '바비'가 북상했는데 그래도 피해가 예상했던 것보다 그리 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이번에는 황해남도에 좀 영향이 있는 듯 합니다. 아무쪼록 잘 이겨내시길 빌겠습니다. 오늘은 지난 호에 이어 외부에서 회자되고 있는 북한관련 유머를 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무엇이든지 도와드려요

남한의 운동권 간부 최 모 씨가 베이징을 거쳐 북한을 찾아갔다. 이번 길에 평양에 몇 달 머무르며 주체사상을 배워가지고 올 계획이다. 순안공항에 북한 측 담당 안내원 김 동무가 마중 나왔다.

'제가 오늘부터 안내를 담당한 김영철입니다.'

'아, 그렇군요.'

최 씨는 김 씨에게 남한의 담배를 꺼내주었다.

'맛이 참 좋군요.'

이제 어느 정도 말이 통하게 됐다고 생각한 최 씨는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고민했던 문제를 터놓았다. '제가 남쪽에서 급히 오다보니 더러 준비해오지 못한 것들이 많은데...'

김 동무가 재빨리 말을 끊으면서 싹싹하게 말했다.

'그 문제라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저 말고 제게 말씀해주십시오.'

최 씨가 고맙다고 말하려는 순간 김 동무가 재빨리 덧붙였다.

'제가 그것들이 없이도 살 수 있는 비법들을 모두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토끼와 장군님

북한 소학교 여선생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농촌견학을 나갔다가 토끼를 발견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지금까지 토끼를 본 적이 없었다.

'여러분 이게 뭔지 아는 사람 있나요?'

선생님은 물었지만 어느 아이도 대답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힌트를 주었다.

'잘 생각해 보세요. 학교에서 매일 읽는 이야기에도 부르는 노래에도 텔레비에서 항상 나오는 거잖아요.'

한 아이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아 이제 알겠어요. 이게 김정일 장군님이군요.'

이 유머는 좀 억지스럽습니다. 북한에서 토끼는 아주 어릴 때 교육으로 다 배우고 아동영화에도 자주 나오기 때문에 누구나 압니다. 그리고 설사 토끼를 잘 몰라도 김정일 장군님은 너무도 잘 알죠. 그야말로 북한의 표현을 빌면 '최고 존엄'을 모독하기 위해서 만든 유머이거나 사회주의 공산권의 것을 베낀 모양입니다.

하나 더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인터뷰

기자: 할아버님은 참 건강하십니다. 건강하신 비결이라도 있으십니까?

노인: 어버이 수령님과 김정일 장군님의 크나큰 배려와 보살핌 속에서 이밥에 고기국을 먹으며 화려한 기와집에서 근심걱정 없이 지내니 이렇게 오래오래 살고 있지요.

기자: 그럼 지금도 TV도 보고 신문도 읽으시겠습니다?

노인: 내사 TV와 신문을 보지 않으면 이밥에 고기국을 먹으며 기와집에서 사는 걸 어떻게 알겠소?

많은 탈북민들이 남한에 와 정착하면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이밥에 고기국은 자본주의 남조선에서 완전히 실현됐군.'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