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방석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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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제14차 전국교원대회가 얼마 전 열렸죠. 김정은이 '교원들은 당의 교육혁명방침관철에서 직업적 혁명가의 본분을 다해나가야 한다.'는 제목의 노작도 전달했고, 참가자들과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교육자들에 대한 칭호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김일성시대 때는 교육 사업은 직업이 아니라 혁명 사업이며 교원은 후대들을 혁명의 계승자로 키우는 직업적인 혁명가라고 했죠.

김정일시대 때는 가정의 어려움보다도 조국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며 후대교육 사업에 모든 것을 바쳐온 교원들은 다 애국자들이라는 크나큰 믿음도 주었습니다. 그리고 교원영예훈장, 교원영예메달도 제정해 조국과 민족 앞에 떳떳하고 긍지 높은 교육자들로 내세워주었다고 선전하죠.

'교원들을 금 방석에 앉히고 싶다.' 등의 표현이 이 시대에 나왔습니다.

김정은시대 들어 교육을 특별히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교육, 과학기술발전이 나라의 핵미사일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그리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자력갱생 기조를 유지해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12년제 의무교육을 도입해 정규의무교육을 1년 더 연장했고, 김일성종합대학 아파트거리, 김책공업종합대학 아파트거리를 교육자들에게 선물하는 등 예전보다 그 예우와 사회적 지위가 크게 개선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정치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 체육강국 콘셉트에 이어 나라의 전반적 교육수준을 높여 사회주의 교육강국, 인재강국건설을 더 빨리 다그쳐 나간다는 슬로건도 추가되었죠.

이번 노작에서 '교육강국, 인재강국건설이자 곧 경제강국 건설이고 사회주의강국건설입니다. 교육 사업은 국사중의 제일국사이며 사회주의강국건설의 생명선입니다.'라는 표현으로 그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었죠.

북한 당국과 노동당의 이와 같은 시책,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시장원리가 더 깊게 침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비록 무료교육이라고는 하지만 학교나 대학에서 내라고 하는 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제는 무료라는 개념이 완전히 사라졌죠. 대학은 물론이고 중, 고등학교도 부담이 너무 크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학은 당연히 끼니를 포함해 많은 비용을 학생들 자체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각오하든가, 불가능하면 많은 이들이 대학진학을 포기한다고 하죠.

사교육열풍도 심각합니다. 경쟁이 심해지고 돈이 많은 것을 지배하면서 더 좋은 기회, 환경에 있는 학생이나 부모들이 이를 위해 투자를 한다고 하죠.

교원들의 처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직업적인 혁명가, 애국자라고는 하지만 모두가 기피하는 게 교원직업이죠. 뭐 먹을알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가에서 주는 배급, 월급만 가지고는 당초에 살아갈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더 많이 학생들 세 부담에만 의존하며 살고 있으니 이들의 교권, 사회적 지위가 바로 설수가 없는 거죠.

요즘은 금방석이 아니라 쌀 방석에만 앉아도 원이 없다고 한다면서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