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님과 직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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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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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태풍, 올해는 유달리 많은 어려움과 난관이 중첩되는 속에 남북관계에도 큰 파장을 미칠 충격적인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서해에서 실종되었던 남한 공무원 이씨가 하루 뒤 북한수역에서 발견돼 장시간의 신원파악과 구조 논란 끝에 잔인하게 사살되고, 시신까지 불에 태워지는 반인륜적, 반민족적 만행이 발생한 것입니다.

남한 군 당국은 이를 처음 발표하면서 바로 눈앞에서 본 듯한, 그리고 실시간으로 감청해 사태를 손금 보듯 파악하고 있었던 것처럼 발표하였습니다.

처음 이씨를 발견한 시점은 몇 시이고 발견자는 북한 어부들이었다, 신고를 받고 북한단속정이 나타났으며 처음부터 북한당국자들은 방독면을 쓰고 신원파악을 위해 조사에 임했다, 대화 도중에 이씨의 월북 의사표현이 있었다, 2시간 정도 실종됐다 수색 끝에 다시 찾기도 했다, 결국 상부의 지시로 사살됐다, 사살 후에는 시체를 불태워 소각했다,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또 북한은 매우 이례적으로 김정은 명의 사과를 바로 통일전선부 통지문을 통해 보냈습니다. 즉, 북한 수역에 불법적으로 들어온 대한민국 국민을 신원확인 불명으로 도주우려가 있어 수칙에 따라 사실한 것이 맞는다는 것입니다.

남한의 발표와 북한의 통지문 차이점은 월북의도가 빠져있고, 공무원인지 확인이 안됐으며, 상부의 지시가 아닌 현지 단속정 정장의 결심으로 사살했으며, 시신은 불태우지 않고 부유물만 태웠으며, 시신은 찾을 수 없어 유실됐다는 것입니다.

즉, 남한 official을 총살했다는 사실관계에서도 빠지고, 월북하겠다는데 잔인하게 죽였다는 사실도 내부적으로 납득시키기 어려운 일이고,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면 결국 김정은이 직접 지시해 이런 반인륜적 행위를 저질러 김정은은 집권 내내 잔인한 독재자라는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더더구나 죽이고 시신을 불까지 태웠다니 이는 전 세계적인 반인륜, 반인도적 만행으로 규탄 받을 것이니 이런 모든 중대한 논점을 최대한 빨리 덮고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통지문에 다분히 있다고 봅니다.

불법침입자였는데 신분확인에 잘 응하지 않고 이상행동까지 보여 어쩔 수 없이 국경단속수칙대로 자동무기 10발을 발사했다는 단순 사고, 불상사로 포장된 것입니다.

또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김정은이 지시했다고 하는데 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해명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공산주의 유머와 관련해서 이런 것도 있군요.

어느 날 직승기에서 지상을 내려다 보던 김정일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1,000원짜리 10장을 떨어뜨리면 10명의 인민들이 기뻐하겠지?'

그러자 측근, '위원장 동지, 100원짜리로 100개를 떨어뜨리면 100명의 인민들이 기뻐할 것 같습네다.'

또 다른 측근, '위원장 동지, 위원장 동지께서 떨어지면 2,500만 인민들이 모두 기뻐할 것 같습네다.'

서해안의 비극을 경험하면서 지금은 아마도 8천만 전 국민이 장군님 떨어지기를 기뻐해 할 심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