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
오늘도 공산권 유머를 몇 개 살펴보겠습니다.
호네커와 밀케
동독 서기장인 에리히 호네커가 슈타지 국장인 에리히 밀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호네커가 말했다.
밀케 동지. 요즘 유행하는 유머를 들어보셨소? 나에 관한 유머들인데, 요즘은 그걸 모으는 게 취미라오.
밀케가 답했다.
그렇습니까, 호네커 동지? 저와 취미가 비슷하시군요. 저는 그 유머를 퍼트리고 다니는 사람을 모으는 게 취미입니다.
북한과 비교하면 동독은 사실 약과군요.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유머도 절대 허용되지 않습니다. 아마 밀케가 북한 보위 부장이었다면 사람을 모으는 게 아니라 계속 사형시키려 다녔겠죠.
청소부 면접
동독의 한 작은 도시에서 있은 일이다. 청년들이 청소부 면접시험을 본다. 한 청년이 자기 차례가 되어 면접실로 들어갔다.
앉으시오, 동지. 지금부터 동지가 환경미화원으로서의 적성을 갖추었는지 구두시험을 보겠소.
알겠습니다.
먼저 전문 지식 시험이오. 당신은 지금 걸레와 양동이를 들고 어느 건물의 복도를 걷고 있다고 합시다. 복도 끝에 문이 2개 있는데 그 한쪽 문에 "HERREN"이라고 쓰여 있소.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요?
남자 화장실이란 뜻입니다.
그럼 그 옆문에 쓰인 "DAMEN"의 의미는?
여자 화장실입니다.
좋소, 전문 지식 시험은 합격이군. 다음은 사상 시험이오. 방금 이야기한 화장실 앞에, 아주 깨끗한 문이 있고 그 문에 붉은 별이 붙어 있소. 이건 무슨 뜻이오?
당원만 사용할 수 있는 특별 화장실입니다.
좋소, 합격!
북한에서도 노동당간부들은 특권을 많이 누리고 있죠. 더 좋은 집에, 병원도 진료과 다니고, 공급도 더 좋은 음식을 배급받습니다.
반입금지 품목
어떤 서독인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동베를린을 방문했다.
서독인은 친구가 부탁한 미국산 시가, 프랑스산 와인, 네덜란드산 대마 등을 자동차 트렁크에 숨긴 채 동독 검문소에 도착했다.
동독 국경경비대원은 서독인의 짐을 한참 수색했다. 이윽고 트렁크에 쌓인 짐을 몇 개 들추던 경비대원은 순간 미소를 짓더니, 다시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제정신이오? 이것들은 반입 금지 품목이란 말이오! 압수하겠소!
서독인은 비누와 치약을 빼앗기고 동베를린으로 들어갔다.
사실 더 비싸고 좋은 물건은 시가, 와인, 대마인데 공업품 부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비대원들에겐 비누와 치약이 더 급하고 귀하다는 내용, 유머입니다.
공산주의식 일자리 창출
질문: 동독의 한 라디오 공장에는 할당된 생산량에 비해 직원이 너무 많았다. 이 직원들을 전부 놀게 할 수는 없는데 어떻게 할까?
대답:
1. 작업조를 셋으로 나눈다. 첫째 조는 라디오를 조립한다.
2. 둘째 조는 완성된 라디오를 도로 뜯어 원래 부품으로 분해한다.
3. 셋째 조는 분해된 라디오를 재조립한다.
4. 완전 고용 달성!
북한에서도 금요노동 때는 쓸데없는 일을 많이 하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