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린을 못 구하다

평양의 한 수퍼마켓에서 북한 주민이 북한돈으로 물건 값을 지불 하고 있다.
평양의 한 수퍼마켓에서 북한 주민이 북한돈으로 물건 값을 지불 하고 있다. (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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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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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코로나정국에서 아직도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시기가 힘드시죠? 애달픈 현실을 유머로 좀 달래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도 공산권 나라들의 유머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특별주문'

두 사람의 영국 노조 간부가 체코의 프라하를 방문하였다. 체코 당국자는 프라하의 전 서비스 기관에 영국인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다 제공하도록 지시를 내려놓았다. 영국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음식점에 들어갔다.

이 집에서 맛있는 음식이 뭡니까?

손님이 원하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즉각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는 위대한 사회주의 국가니까요.

이에 영국인들은 좀 아니꼽기도 하고 장난기가 돌아 이렇게 주문했다.

그러면 코끼리 스테이크에 마가린을 발라다 줄 수 있겠지요?

주문을 받은 접대원은 사장에게, 사장은 지배인에게, 지배인은 당 중앙위원회에 연락하고, 당에서는 즉시 프라하의 동물원에 지령을 내렸다. 15분 후, 영국인들은 진짜 코끼리 1마리가 트레일러에 실려 오는 것을 창문으로 내다보고는 입이 딱 벌어졌다. 그러나 그 후 2시간이나 지나도록 스테이크는 나올 줄 몰랐다.

주문한 스테이크는 어떻게 된 거요?

예, 손님. 스테이크 요리는 끝났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마가린을 아직 못 구해서 말입니다...

참고로 마가린은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진 인공버터입니다.

'해고 이유'

웽그리아의 노동자 고바츠가 갑자기 해고를 당했다. 고바츠는 당 위원회를 찾아가 따졌다. 당서기가 물었다.

정말 모르겠나?

모르겠습니다. 나는 해고당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제 노동절 행사 때 동무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브레즈네프 동지의 초상화를 들고 있었습니다.

맞아. 그리고 다른 한손으로는?

내 손수건을 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놈을 버려!' 라고 말했을 때 동지는 뭘 버렸나?

손수건을 버렸습니다.

그게 자네의 해고 이유일세. 이제 알겠나?

즉, 웽그리아의 상전동맹 구소련의 브레즈네프 총서기 초상화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됐다는 거죠. 소련에 대한 부정, 거부감을 유머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어떻게 했나?'

웽그리아의 서기장 카다르가 경제 개혁에 대한 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기업을 방문해서 지배인과 면담을 했다.

개혁 이후에 얻은 것이 있나?

상여금으로 자동차를 한 대 뽑았습니다.

나머지는 어떻게 했나?

은행에 저축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그곳의 노동자를 만났다.

자네는 개혁 이후에 얻은 것이 있나?

월급으로 새 신발을 한 켤레 샀지요.

나머지는 어떻게 했나?

장모님께 돈을 꿨죠.

좀 씁쓸한 내용이지만 사회주의 하에서 개혁을 한다고 해도 결국은 기득권층에 제일 많이 간다는 비판입니다. 현재 포전담당책임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도입한다고 하는 북한의 사정도 마찬가지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