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 않는 성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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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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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공산권 유머를 소개해 드리죠.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게 분명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형제의 결말'

벌가리아 왕국 시절 어느 형제가 있었다. 형은 파시스트였고 동생은 공산주의 게릴라였다. 2차 대전이 끝나면서 벌가리아는 공산화되었고 20년 후에 형제는 소피아에서 만났다. 그런데 형은 벤츠를 타고 있었고 동생은 거지가 되어 있었다. 형이 먼저 물었다.

아니, 어쩌다 그 꼴이 된 거야?

동생이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왜긴 왜야. 형 때문에 반동분자의 가족이라고 이 꼴이 됐지. 근데 형은 뭘 했기에 이렇게 출세했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야 뭐... 난 내 동생이 빨치산 영웅이라고 했지.

그러자 동생은 할 말을 잃었다.

이 유머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2차 대전 이후에 갈라진 동서독, 6.25전쟁이후 극심한 체제경쟁을 경험한 남북한을 비교하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비행기 쇼핑'

1928년 소련은 제1차 5개년 계획에 착수했다. 당 간부 하나가 정치집회에 나가 이 웅대한 계획을 설명했다.

동지 여러분, 제1차 5개년 계획이 완성되면 모든 소련 인민들이 자전거를 갖게 됩니다. 제2차 계획이 끝나면 오토바이, 제3차에는 자동차, 제4차에는 비행기를 1대씩 갖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거창한 전망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무언가를 생각해 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비행기를 갖게 되면 그걸로 뭘 하지요?

비행기는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습니다. 가령 모스크바 상점에 성냥이 떨어지면, 비행기를 타고 하리코프로 날아가는 겁니다. 거기는 성냥 공장이 있는 곳이니까,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도 성냥을 한 보따리나 살 수 있을 겁니다.

이 유머는 공산국가의 무작정 계획경제, 경공업보다 중공업을 우선시하는 기형적 경제정책, 사람들의 수요와 공급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경제실상을 비판하는 유머입니다.

옛 소련에서 달나라에 인공우주비행선을 쏘아 올리면서도 인민들의 일상소비품인 버터가 부족한 상황, 현재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리면서도 인민들에게 질 좋은 치약, 칫솔을 충분히 공급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닮은꼴입니다.

'성냥공장 대화재'

모스크바 근교의 성냥공장에서 큰 불이 났다. 모든 것이 불타 없어졌지만 오직 그 공장에서 생산하던 성냥만은 무사했다.

당연히 타지 말아야 할 것은 타고, 타야 할 것은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 공장이 생산하는 제품의 질이 그렇게 한심하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유머가 있는데요, 메이드 인 차이나를 대상으로 '중국은 폭탄 빼고 다 폭발한다.'고 하네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