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경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작년 12월 김정은에 의한 고모부 장성택 숙청이 있은 지 벌써 1년이 되어옵니다. 북한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수령에 의한 자기 가족의 살육은 지금 그에 그치지 않고 아직도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탈북소식통에 따르면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는 남편 처형이 있은 지 5일 만에 삼석의 한 장소에서 김정일 사망 추모 2주기행사에 나오라는 것을 거절하다 음독자살해 죽었다고 합니다. 당시 추모행사는 1시간 정도 예정보다 늦게 시작됐고, 늦게 나온 김정은은 온갖 우거지상을 다하고 있었죠.
또 다른 소식에 의하면 김경희는 자기 남편을 죽인 것에 대해 김정은에게 전화통화로 항의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었다고 합니다. 이외에 해외치료 설, 식물인간 설 등 다양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음독자살에 뇌졸중 등 어떤 일이든 일어났다고 크게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 오늘의 북한현실입니다. 김정은이 부하들을 시켜 김경희를 음독살해 했다고 해도 별루 놀랍지 않을 것이 평양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장성택과 연계되었다는 그의 부하들의 운명은 더 비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 5월 평천구역에서 인민보안부 7총국이 짓던 23층 아파트가 붕괴되자 김정은은 장성택의 뿌 리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장성택과 그 여독에 돌려 20명을 총살하거나 오지로 추방했다 네요.
사실 북한인민들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지만 북한에서의 날림식 살림집 건설은 속도전, 충성경쟁을 강조하는 북한지도부에 그 책임이 있습니다. 요즘은 그 무슨 '마식령 속도'에 이어 '조선 속도', '김정은 공격정신'까지 등장했다면서요. 속도, 속도를 계속 부르짖으면 집이 제대로 지어지겠습니까?
지난 10월 강건군관학교에서 진행된 당 간부 10명에 대한 공개처형도 김정은이 장성택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라는 지시에 따른 2단계 숙청의 일환이라면서요?
이송길 해주시당 책임비서를 포함한 황해남도 간부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횡령 등 비리로 처형됐고, 당 재정경리부 간부 몇 명은 노래방에서 김정은 찬양 가사를 바꿔 부르다 총살되었고요.
그나마 좀 낳은 처벌을 받았다고 보이는 게 김정은의 어린 시절 농구코치역할을 했다던 최부일 보안부장은 지난 7월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된 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내무군 정치국장 강필훈은 상장에서 대좌로 3계급 강등됐고요.
이러한 살벌한 속에서 자기의 자리를 연명하기 위해 85세의 김기남 선전비서는 '오묘하고 신비로우십니다.'란 화려한 언변을 써가면서 김정은 찬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 간부들 속에는 장성택 처형을 목격하고는 '우리는 파리 목숨'이란 생각이 퍼져있고, 지금의 대대적인 숙청에 핵심간부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간 공화국이 10년 못 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네요.
다른 한쪽에선 인민들은 그럴듯한 유머로 지금의 상황을 야유한다고 합니다. 하나 소개해 드릴가요? 요즘 장마당에선 비계가 잘 붙은 돼지고기를 '지도자 급'이라고 한답니다.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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