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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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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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사회주의, 공산주의 원조국가인 구소련의 유머를 몇 개 살펴보겠습니다.

'보기 나름'

프랑스를 방문한 소련의 경제학자가 프랑스 경제학자에게 물었다.

당신네 나라의 경제는 정말 심각한 상태로군요. 이렇게 극심한 빈곤은 일찍이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상점마다 물건이 가득 쌓여있는 걸 보고도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그렇지만 아무도 그걸 살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프랑스에서 머무는 동안 나는 한 번도 상점 앞에 줄을 지어 서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가가린의 쪽지'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을 나서며 집에 아내를 위한 쪽지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지금 우주로 가오. 1주일 뒤에 돌아오겠소.

무사히 지구로 귀환해 정상적인 나날을 보내던 가가린이, 아내를 위해 쪽지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지금 식량 배급을 받으러 가오.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소.

이와 유사한 유머가 또 있군요. 옛 사회주의 동구권에는 대체로 빈곤과 결핍과 관련된 유머들이 많습니다.

'배급소의 줄'

우주비행사를 아버지로 둔 딸의 집에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딸 : 여보세요?

남자 : 저기... 지금 아버지 계시니?

딸 : 아니요. 아버진 지금 로켓을 타고 우주에 나가 계시니까 1주일 뒤에 오실 거예요.

남자 : 그래? 그럼 어머니는 계시니?

딸 : 아니요. 어머닌 지금 배급 받으러 줄 서 계시니까 2주일은 넘게 걸릴 거예요.

'고향에 온 기분'

미국인과 소련인이 죽어서 지옥에 갔다.

지옥 문지기가 '너희들 앞에는 미국식 지옥과 소련식 지옥이 있다. 미국식 지옥에서는 하루에 똥 1양동이를 먹어야 한다. 소련식 지옥은 다른 건 다 같고, 대신 하루에 똥 2양동이를 먹는 것이다. 선택권을 줄 테니, 원하는 곳을 골라라.

그리고 미국인은 미국식 지옥을, 소련인은 소련식 지옥을 선택했다.

1주일 뒤 미국인과 소련인이 만났다. 소련인이 물었다.

어때?

미국인이 대답했다.

문지기 말대로야. 하루에 똥 1양동이씩 퍼먹기가 쉽나. 미칠 지경이군. 그런데 자네는 어때?

소련인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하하, 완전 고향에 온 기분이지. 똥 배급이 안 되거나, 똥이 있더라도 양동이가 없거나.

'중성자폭탄'

두 사람이 새로 개발된 폭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중성자폭탄이란 게 개발된 모양이야.

그건 어떤 폭탄인가?

잘 들어. 원자폭탄은 여기 있는 나와 자네, 그리고 보드카까지 한번에 날려버리지. 하지만 중성자폭탄은 여기 있는 나와 자네만을 날릴 뿐이야. 보드카는 멀쩡하다고.

그거 아주 놀라운 폭탄이군! 그런데 여기는 무슨 폭탄이 떨어졌길래 자네와 나만 있고 보드카는 사라졌지?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