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이 모이면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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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이 가장 최근 북한의 노당당 조직지도부 부장 최룡해, 국가보위상 정경택, 당 선전선동담당 부위원장 박광호를 인권관련 제재리스트에 올린 가운데 곧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북한인권관련 결의안이 채택될 예정입니다.

이번까지 채택되면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4번째, 14년째입니다. 특히 2016년부터는 3년 연속 표결 없이 합의 처리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북한의 인권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북한정부에 강력한 경과와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북한에서 장기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유린행위들이 끊임없이 감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감 시설 내 고문과 학대, 이동과 표현의 자유의 결여, 정보 접근성의 제약, 주민들의 기본적인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박탈, 특히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의 권리에 대한 침해가 계속되고 있죠.

또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부재는 국제법의 명백한 위반이며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인권 유린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2014년에는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조직돼 상당기간 조사와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했죠. 여기에도 북한 내에서 자행되는 온갖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적법절차 및 법치 결여,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거론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또한 유엔의 조치와 결의들은 점점 더 그 수위와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요, 조직적이고 제도적인 인권유린행위에 책임 있는 북한지도부를 직접 거명하고 책임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번 결의안도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인도에 반하는 죄에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선별적 제재 등 COI의 결론과 권고사항을 검토하고 책임규명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책임 있는 자'와 북한 지도층은 사실상 김정은을 겨냥한 것입니다. 이렇듯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와 책임자 처벌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이 사용된 것은 2014년부터 5년째입니다.

북한은 당연히 여러 경로를 통해 이를 배격하고 있죠. 진정한 인권관련 결의가 아니다, 적대세력의 반공화국 정치적 음모의 산물이다, 북한에서는 헌법과 제도적으로 인민들에게 참다운 자유와 모든 권리를 제공해 준다, 미국을 포함한 제국주의, 자본주의야 말로 인권이 말살된 사회이다 등 여러 논거를 들이대면서 말이죠. 심지어 '인권유린'이라는 단어는 조선말사전에도 없다고 강변합니다. 일부 북한을 두둔하는 나라들은 인권은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돼야 한다고 하기도 하죠.

물론 모든 나라들에서 인권이 100%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종차별, 남녀사이 벽, 각종 범죄, 정치적 탄압, 종교적 갈등.

그렇지만 북한처럼 종교, 집회, 결사, 이동의 자유, 통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이 깡그리 말살된 사회는 세상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주민들이 여권도 가지지 못하는, 인터넷을 하지 못하는 그런 나라 말이죠.

북한인민들도 유머로 '2-3명이 모이면 불법'이라고 에둘러 체제를 야유하고 있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