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 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여성항일혁명투사로 잘 알려진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이 별세했습니다. 최룡해의 추도사에도 언급이 됐듯이 키가 작고 연약한 여성이었지만 100세 장수를 했습니다.
황순희는 여러 이유로 북한의 최고 존엄들인 김부자의 대를 이은 특별한 신임과 배려를 받고 살아왔습니다.
아마도 그중의 한 이유가 류경수 105탱크사단장의 부인이라는 것도 있을 겁니다. 이들은 김일성과 김정숙과 모두 사이가 각별했기 때문에 이들의 주선으로 결혼도 했다죠.
그리고 김정일이 1970년대 후계자로 지목됐을 때 여러 반대가 있었지만 오진우와 함께 김정숙의 맏아들인 김정일을 본가지로 극성스럽게 옹호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때부터 김정일의 각별한 신임을 얻어 온갖 선물로 진상된 보약들을 받아먹으며 거의나 만년장수의 생을 누리게 된 거죠.
훈장도 참 많이 받았습니다. 남들은 평생에 하나만 받아도 큰 영광이고, 팔자가 어느 정도 펼 수 있을 텐데 여러 개의 김일성훈장에 김정일훈장, 2중 공화국영웅에 노력영웅칭호까지 받았더군요. 아마도 국기훈장 1급은 수십 개일 것이고, 김부자 표창장, 명함시계도 여러 개 되겠죠. 새로운 훈장이 나오거나 큰 계기가 되면 빠지지 않고 받은 가 봅니다.
그에게 류춘옥이라는 외동딸이 있었죠. 지금은 사망했지만 가문이 워낙 김씨일가와 가깝다나니 류춘옥의 중매도 김정일과 그의 여동생 김경희가 서게 됐습니다. 지금 김정은의 의전담당 국장, 의례국장을 맡고 있는 김창선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황순희는 북한에서 그토록 입이 달토록 선전하는 죽어서도 영생하는 생을 누리게 됐습니다. 항일혁명투사들 위주로 묻힌 대성산혁명렬사릉에 남편 류경수와 합장하게 됐죠. 맨 윗줄 김정숙 옆의 정중앙 위치입니다.
한쪽에서는 혁명의 원로전사가 사망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간부들이 임명되기도 했죠.
미국통인 리용호 외무상이 물러나고 군복을 입고 김영철과 함께 대남협상에 앞장섰던 조평통위원장 출신의 리선권이 외무상자리에 앉았습니다.
또한 김정은 스위스유학시절 그의 뒤를 봐줬던 리수용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85세의 나이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리선권은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던 당시 이재용삼성 부회장에게 냉면 곱빼기를 요청하자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 가냐며 면박을 줘 큰 결례를 남긴 인물이기도 합니다.
과거 노동당에서 국제담당비서와 대담담당비서가 서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일한적은 있지만 사실 외교부에 대남사업 출신, 군인출신이 수장으로 오는 것도 결코 흔한 일은 아니죠.
아마도 대미, 대남, 대외 강경노선과 맞닿아 있을 겁니다. 북한은 이미 미국과의 장기전, 정면 돌파, 핵 고수, 전략무기 지속 발전, 자력갱생으로의 제재 타파를 당면한 국정목표로 제시한 상태입니다.
김정은이 직접 대남일군들에게 지시한 ‘핵 인상을 쓰면서 일하라우’가 대외관계에도 접합 될 기세입니다. 과연 그 핵 인상, 핵 배짱, 잘 통할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