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조성길 전 이태리주재 대사대리의 망명으로 북한에서 해외파견 외교관, 주재원들의 자녀들을 모두 소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조성길을 원망하거나 북한당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지는 않아도 마음에 품게 될 겁니다.
북한에서는 자녀들 외국동행에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적용되죠. 초등학교시절에는 조선말을 꼭 배워야 한다는 구실로 내보내지 않습니다. 국어를 배우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고 이 나이 때 외국에 나가 살면 조선말이 어눌해져 정체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 때문이죠.
그리고 소학교 가기 전과 중고등학교 나이는 괜찮은데 그것도 한 명만 데리고 나가도록 했었죠. 물론 시기마다 2명 또는 3명도 허용하는 오락가락한 정책을 썼지만 말이죠. 어떤 때는 대학생 나이 때도 자유롭게 모두 데리고 나가도록 조치한 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한때는 부모님들도 병 치료나 특이한 사정이 있으면, 그리고 파견원들이 부담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동행을 허용했다는 얘기도 있었죠.
그러나 태영호공사 망명, 조성길 망명과 같은 큰 충격이 있을 때는 어김없이 자녀들 송환이라는 강수로, 인질을 만들어 사고를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죠.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이 김정일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해 까딱까딱 졸았습니다. 김정일의 신임을 많이 받았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보다 못한 김정일은 강석주에게 ‘당신은 저녁에 뭐했기에 이렇게 조냐?’고 물었죠.
그의 사정은 딱하기도 했습니다. 딸이 사위를 따라 싱가포르에 파견됐는데 손녀를 데리고 나가지 못해 밤을 새워 손녀 시중을 들었다고 답했죠.
이에 김정일은 뭐 그런 법도 있냐. 당장 내보내라고 지시를 합니다. 그래서 강석주의 어린 손녀는 싱가포르에 나와 생활하게 됐죠.
물론 이런 행운의 사건이나 지시가 있으면 다른 외교관들도 혜택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간부들에게만 해당하는 행운이죠.
공산주의, 그리고 가족과 관련해서 이런 유모도 있습니다.
‘김정일과 푸틴이 어느 날 모스크바의 고층빌딩에서 회담을 가졌다. 휴식시간에 두 사람은 너무나 심심하여 누구의 보디가드가 더 충성심이 강한지 내기를 했다.
푸틴이 먼저 자신의 스페츠나츠 출신 보디가드 이반을 방으로 불러 창문을 열고 말했다.
"야! 이반, 뛰어 내려!" 이반이 울먹이면서, "각하, 어찌 이런 일을 시키십니까? 저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푸틴은 눈물을 흘리며 이반에게 사과하고 그를 내보냈다.
김정일은 큰 소리로 자신의 보디가드 리명만을 불렀다. "리명만, 여기서 뛰어 내리라우!"
리명만이 두말없이 뛰어내리려고 하자 푸틴이 그를 덥석 끌어안으며 말렸다. "너 미쳤어?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어!" 그러자 리명만이 창밖으로 뛰어 내리려고 발버둥 치면서 말했다.
"날 놓으라! 내게는 아내와 아들이 있어!"’ 자기가 뛰어내려야만 이들이 무사하고 살 수 있다는 말이죠.
북한의 외교관들은 자기 자녀들 문제로 과연 어떤 선택을 앞으로 할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