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은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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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남과 북이 함께 하는 평창올림픽개최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독일, 프랑스, 이태리, 러시아, 일본에 이어 세계 6번째로 4대 대형 스포츠 국제대회를 모두 유치한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올해 열리는 동계올림픽도 삼수, 세 번째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했죠. 4강 신화를 이뤄낸 2002년 한일 축구 월드컵, 1988년 서울올림픽,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러 차례의 아시안게임 등 많은 스포츠행사들이 이미 남한에서 열렸습니다.

육상 세계선수권대회는 비록 종합 스포츠대회는 아니지만 단일 종목 선수권 중에서는 참가국 수와 인원 등에서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하계·동계올림픽 및 월드컵 축구대회와 더불어 4대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 듭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쟁을 경험한 가난한 나라 이미지에서 대한민국은 이제는 한강의 기적인 선진국수준의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스포츠강국 건설을 모두 완성한 나라가 됐죠.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금메달 8개를 포함해 메달 20개를 획득해 종합 4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역대 겨울철 올림픽 최고성적인 2010년 금메달 6개, 종합 5위를 쟁취한 캐나다 벤쿠버 성적을 뛰어넘겠다는 거죠. 스피드 스케이팅, 전통적으로 최강인 쇼트트랙, 봅슬레이에서 금메달이 예상됩니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남북단일팀이 성사됐죠. 그래서 벌써 선수 12명, 감독 1명, 지원인력 2명 등 15명이 충청북도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도착해 합숙과 공동훈련을 시작하였습니다. 남측에서는 방어선수 위주로 파견해주었으면 했는데 내려온 선수들은 공격수위주라네요.

북한에서는 사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남한에서는 이번 여자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여러 가지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남한의 20대, 30대들의 반발이 많았는데요, 국가의 이익과 정치적 이유 때문에 개인의 이익이 과연 희생되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였습니다. 갑자기 남북단일팀 구성 때문에 수년, 심지어 지금까지의 삶 전체를 바치면서 올림픽을 준비해온 일부 남한 선수들이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었다는 거죠.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 상황이 꼭 내 처지 같다. 열심히 노력해서 겨우 면접 기회 얻었는데, 낙하산 응시생과 같이 면접 보라는 꼴 아니냐?’는 등의 반응도 있습니다.

사실 2030세대는 전통적으로 현 남한정부 열성 지지 세력인데 취업난, 청년일자리문제 등 많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어 아이스하키 선수 일부가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을 자기들 일처럼 체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북은 정치제도, 경제상황도 많이 다르지만 언어에서도 지금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죠. 북한에서 빙상호케이는 남한에서 아이스하키라고 합니다. 연락은 패스, 문지기는 골키퍼, 왼쪽날개는 레프트윙, 공격위반은 오프사이드입니다.

북한은 순수한 우리말을 많이 사용하는 반면 남한에서는 원어, 특히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죠. ‘하키 퍽’은 ‘호케이 팍’입니다.

설마 단일팀에서 퍽과 팍 차이 때문에 전력이 떨어지진 않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