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어야 주인노릇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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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농업부분에 대한 총화회의가 있은 지 얼마 안됐는데 이번에는 북한에서 2019년도에 대한 전국대학들의 교육총화회의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각종 부문별 대회를 열어 축제, 잔치를 벌였다면 요즘은 대회뿐 아니라 실무적이고 실용적인 총화회의들이 소집되는 것도 특징적이죠.

노동신문에 따르면 회의는 현재 전국의 대학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따라앞서기, 따라배우기, 경험교환운동을 힘있게 추동하여 교육 사업을 빠른 속도로, 균형적으로, 통일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되었다고 하네요.

요즘 정면돌파전, 자력자강의 구호 속에 따라앞서기, 따라배우기, 경험교환운동이 교육, 농사 등 모든 부분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화상회의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총화에서는 또 매우 이례적으로 대학별 순위도 매겨졌는데요, 중앙과 도급대학, 교원양성부문, 직업기술학교, 공장대학별 순위가 발표되었습니다.

중앙대학순위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이 1위,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 순위였고, 사범대학은 김형직사범대학, 김철주사범대학이 1, 2위, 교원대학순위에서는 평양교원대학, 신의주교원대학, 사리원교원대학 순위입니다. 평양의학대학이 김일성종합대학으로 흡수됐었는데 지금은 다시 독립했나봅니다.

도급대학들 중 청진의학대학, 신의주의학대학, 원산의학대학이 앞자리, 직업기술대학은 평양경제기술대학, 평양료리기술대학, 공장대학은 평양공업대학, 신의주공업대학, 평천공업대학이 앞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직업기술대학은 아마도 과거의 전문학교들일 겁니다.

북한에서는 오랫동안 대학이나 기관들의 순위를 정하는 것을 금기시해왔죠. 왜냐면 수령의 권위와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김일성, 김형직, 김정숙, 강반석과 같은 최고 존엄과 백두혈통가문의 존함이 있는 기관들은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그래서 순위를 매기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게 됐죠.

심지어 축구나 배구 등 체육을 해도 김일성대는 무조건 1등이어야 합니다. 한때 경기를 좀 하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경쟁이 유야무야되고 말았죠.

이번 총화에서는 교육에서의 문제점 중 하나를 교육자양성, 자질에서 찾았습니다. 유능하고 수준 있는 교원들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주인다운입장에서 말이죠.

그리고 같은 10일자 노동신문에는 김정일 생일을 맞아 또 이런 우상화 글이 게재가 됐네요.

‘우리 장군님의 10대 인민관.

가장 열렬히 숭배하는 하느님은 인민. 가장 높이 존경하는 선생은 인민. 제일 힘있는 존재는 인민. 제일 재능 있는 창조자는 인민. 제일 강한 무기는 인민의 일심단결. 가장 큰 념원은 자주성이 실현된 인민의 락원. 가장 큰 기쁨은 인민의 행복. 가장 큰 괴로움은 인민의 불행. 가장 큰 분노는 인민의 존엄과 리익에 대한 침해. 제일 사랑하는 좌우명은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교육자들을 금방석에 앉히겠다는 명언도 있습니다. 북한 지도자들의 철학, 인민관, 교육자관이 이럴 진데 왜 현실에서는 가장 기피하는 직업이 교원, 세계에서 가장 못살고 인권을 침해당하는 인민이 북한인민일까요?

북한인민들은 이를 비꼬아 이렇게도 말하죠. ‘주인이라야 주인노릇을 하지!’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