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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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에 참여하는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특사로 하는 북한고위대표단의 방문이 끝났습니다.
이번 대표단방문은 여러 기록을 새로 남기기도 했는데요, 우선 직계 백두혈통으로서 남한을 방문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고, 대외적으로는 국가수반인 김영남이 서울과 청와대를 찾은 것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2007년에 있은 2차 남북정상회담은 대체로 남한이 주동적으로 추진해서 진행된 회담이었다면 이번에는 북한이 먼저 김여정을 통해 남한에 정상회담을 요청하는 새로운 진기록도 세웠습니다.
동생 김여정을 통해 김정은이 문재인대통령의 평양방문을 구두로 정식 요청했으니까요. 김정은 친서도 전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주류언론들은 상반된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데요, CNN은 김여정의 이번 행보는 ‘평창올림픽외교전에서 금메달감’이라고 하는가 하면 보수적인 폭스뉴스는 이를 비판하면서 감옥국가인 북한, 자기 이복형을 독살한 독재자의 여동생임을 잊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평창올림픽 현장에서도 북한과 대표단을 대하는 태도논란이 상당히 많이 빚어졌는데요, 애당초 북한대표단과 동선을 부딪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한 미 펜스부통령은 개막식에 좀 늦게 왔다 5분도 안 돼 퇴장하는 행보를 보였고, 일본 아베총리도 행사장에 늦게 도착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펜스부통령은 또한 천안함도 방문해 탈북민들과 면담도 했고요, 여기에 북한에서 억류됐다 식물인간상태로 풀려나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의 아버지를 대동하고 다녔습니다. 북한이 미소공세를 하고 있지만 그들의 진 모습은 천안함과 오토 웜비어라는 것을 부각시켰죠.
북한 응원단이 쓴 가면도 논란이 됐습니다. 6.25전쟁을 일으킨 전범 김일성이다, 또는 그를 연기한 배우의 얼굴이다 등 뜨거운 논란이 있었죠.
사실 수령을 신보다 더 위대한 존재로 떠받드는 북한이 김일성 가면을 응원단에게 씌우는 일은 절대 안하겠죠. 그것도 시야확보를 위해 눈을 뚫고, 응원이 끝나자 내 팽개치고 가는 식으로요.
어쨌든 북한은 고위급대표단이나 예술 공연, 응원단을 통해 저들이 얻으려는 소기의 목적은 겉으로는 대체로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는 카드놀이를 할 때 이런 표현을 자주 쓰죠. ‘창’과 ‘덧창.’ 창은 같은 패가 없을 때 다른 더 센 패로 타는 것이고, 덧창은 이 가려진 패를 타기 위해서 더 높은 것으로 숨겨 내는 ‘창에 대한 창’입니다.
이번에 북한은 미국에 대해 이런 수법, 전술을 썼죠. 미국에서 펜스 부통령을 개막식에 파견하자 저들의 수반급인 김영남을 파견 결정했고, 폐막식에 트럼프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보내기로 하자 전격적으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적진에 파견하기로 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창에 ‘덧창’을 놓은 셈이죠. 그러나 패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승부가 가려집니다. 북한이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 노렸던 한미갈등, 대북제재에서의 균열, 저들의 미소 이미지 전술, 과연 이것이 진정 저들의 승리로 앞으로 귀결될까요?
아마도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그 진짜 승부가 갈리겠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