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얼마 전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의회 연두교서 연설장에서는 감동적인 화폭이 하나 펼쳐졌죠?
버지니아 대학생으로 평양을 관광 갔다 17개월 동안 억류돼 혼수상태로 풀려나 집에 돌아온 지 며칠 만에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함께 목발을 짚은 탈북인권운동가 지성호씨가 소개돼 전 세계를 감동시켰습니다.
함경북도 회령시가 고향인 그는 배고품을 달래기 위해 석탄을 실어 나르는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쳐 팔다가 왼쪽 팔과 다리가 절단돼 불구자가 된 탈북민입니다.
, 죽음을 각오하고 수천km를 목발을 짚고 자유를 향한 탈출에 성공한 그는 현재 서울에서 남북청년들의 인권단체인 '나우'(NAUH)를 조직해 수년간 탈북자들을 구출하고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일에 몸과 마음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꿈속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미국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미 의회에서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웅으로 소개받는 영예를 안게 되었죠. 이 자리에는 워싱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사절들을 제외하고는 지성호씨가 유일하게 초청받은 외국인이었습니다.
그만큼 미국의 대북압박이 거세다는 것이고 북핵을 미국이 외교안보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다루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며칠 후에는 더 큰 일이 벌어졌죠. 트럼프 미대통령이 8명의 탈북자들을 자기 집무실인 백악관에 초청한 것입니다.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백악관에서 '1호 행사'가 진행된 셈이죠. 여기에는 저를 포함해 김정일의 숨겨진 부인이었던 성혜림의 친구이자 김씨일가의 가족사를 알고 있었다는 '죄'만으로 요덕수용소에서 온갖 고초를 겪은 김영순씨,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여성 등 여러 탈북자들이 참석하였습니다.
'오발오피스'라고 미국대통령이 외국 수반들을 만나고 국제정치문제들을 논의,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에 탈북자들이 초청된 것이죠. 미국언론들은 이를 전하며 트럼프대통령이 탈북자무기, 인권무기를 북한에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논평했습니다.
저도 북한에 있을 때 1호 행사에 참석했습니다만 북한에서는 1호 행사 참석자들을 특별 관리하고 특별대우를 하죠.
그것도 여러 등급으로 분류해 관리를 합니다. '최고 영예'가 김 부자와 대화를 나누고 '말씀방침'을 받는 것이죠. 이외에 꽃다발을 '드린' 사람, 김 부자를 가까이 영접하는 1호 행사에 참가한 사람까지 구분합니다.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눈, 또는 '말씀'을 받은 1호 '접견자'는 평생 이력서에 표기돼 노동당에서 관리를 하죠. 간부등용도 빠르고 좋은 대학에 가며 일생이 보장됩니다. 어릴 때 꽃다발을 '드렸다'는 이유만으로도 평생 많은 특혜를 누립니다. 과오를 범해도 용서가 되고 범죄를 저질러도 일정부문 또는 아예 감형이 됩니다.
결국 당시 백악관에 초청됐던 탈북민 8명은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세계정치의 대통령인 최고수반과의 1호 '접견자'가 된 셈입니다.
그래서인가요, 북한은 이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물론 북한주민들에게는 알리지 말아야 하니까 공식적인 내부 언론에서는 크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남, 대외 매체들에서는 상투적인 욕들을 많이 내보냈죠.
앞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으면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1호 '접견자'들이 더 많이 늘어나겠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