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은 감기 걸리기가 딱 '좋은' 시기라고 하네요. 낮 기온이 쑥 오르면서 일교차가 심해 그런 것 같습니다. 건강에 무척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 즐겁다, 손풍금 소리 울려라. 사람들 화목하게 사는 내 조국 한없이 좋네.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원수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 우리는 모두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 없어라.'
고향을 떠난 지 10년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노래를 되새길 때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 같습니다. 가사도 토씨하나 안 까먹었고요. 여기 자유세계와 비교해 보면 마치도 찬 양가를 부르는 듯 한 느낌입니다.
그만큼 이 노래는 북한인민들에게 큰 감명을 준, 감동을 준 노래라고 봅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의 잘못된 선택과 관료들의 부패, 무책임으로 해서 이미 오래전부터 '세상에 부럼 없어라'의 구호는 빛을 바래기 시작했죠.
평양에 있을 때 학생소년궁전 앞을 지날 때마다 이 구호를 보면서 몹시 서글펐던 생각이 납니다. '세상에 부럼 없는 나라'에서, '인민들이 나라의 주인'인 나라에서 인민들이 수백만 명 굶어 죽어나갔기 때문이죠.
형편이 이럴진대 아직도 북한은 60년대, 70년대의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남기구 조평통이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4일 "조선은 예수가 와도 할 일이 없는 인간 천국이다"라고 선전했네요.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미국의 한 종교인이 이 같이 언급했다고 전한 뒤 "그의 말속에는 인민을 위한 진정한 정책을 실시하는 우리나라에 대한 찬사가 담겨져 있다"고 했습니다.
글쎄요, 어느 종교인을 지칭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이 기독교국가라 아마도 어느 목사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북한을 세계 최악의 종교박해 국, 탄압국으로 10년 넘게 지목하고 있습니다.
국제기독교 선교단체인 오픈도어스(Open Doors)도 북한을 기독교 탄압 세계 1위로 수년째 지목하고 있고요. 미국 국무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종교인이 그런 말을 했다니 말도 안 되고, 또 실지 그가 그랬다면 북한이 기독교나 종교가 추구해야 할 지상천국, 인간 천국이라는 말인데, 정말 이것이야말로 삶은 소대가리가 파안대소할 일이라 하겠습니다. 종교를 아편과 동일시하는 게 북한이니까 말이죠.
사이트는 계속하여 세금종식, 무상치료제, 무료교육제를 자랑하였습니다. 인민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실은 국가가 세금을 미리 공제하고 월급을 주고 있죠. 그렇지 않으면 야 국가가 어떻게, 무슨 돈으로 나라를 운영하겠습니까. 그리고 지금 같아선 한 달에 쌀 1kg도 못 사는 월급을 받고 있는데 여기서 낼 세금이 어디 있나요?
무상치료제를 자랑하는 북한에서는 현재 인민들의 수명, 키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남한이나 다른 나라에서의 성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퇴보한다는 의미죠. 영양실조실태도 말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너무 많이 먹어서, 몸이 비대해져서 난리인데 북한은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죠. 요즘 병원에 가면 약도 없고, 술, 담배 같은 뇌물을 고이지 않으면 치료도 제대로 못 받죠?
이런 나라가 인간 천국이라면 다른 나라들은 백만 번 천국입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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