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요즘 사상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데요, 노동신문은 26일 사설 ‘사상전의 힘찬 포성으로 온 나라가 혁명열, 투쟁열로 들끓게 하자’를 통해 ‘사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달걀에도 사상을 재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 돈과 재부의 힘에는 한계가 있지만 사상의 위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도 사상전의 일환이겠죠? 일본의 한 언론에 따르면 노동당은 중견간부들을 대상으로 강연에서 5월에 있게 될 미북정상회담을 ‘외교적 승리’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죠.
우리민족끼리는 이미 서방언론, 전문가들을 인용해 현 한반도 평화분위기와 극적인 사변들이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의 비범한 영도력의 결과’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BBC가 ‘이 놀라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분은 김정은위원장이며 절묘한 외교적 행동을 보였다’고 보도했다고 소개했죠.
또한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북은 이미 상징적인 승리를 달성하였다. 이는 김정은위원장의 국제인정 및 위상강화를 의미하는 것, 김정은위원장이 반도정세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지켜보면서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젊은 지도자로서 세계에 이런 파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미 승리하고 있다는 이런 평가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라고 평가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사실 관념론을 배격하고 유물론을 바탕으로 세워진 체제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대학 철학, 정치경제학 강의시간에 처절하게 논쟁을 했던 생각이 나는군요.
‘물질이 먼저냐, 정신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사유가 먼저냐?’
유물론적 공산주의 철학, 주체사상은 사실 생산수단, 사람이 먼저라고 주장하면서 탄생한 것입니다. 이윤은 모두 생산에 투입된 노동에 의해서 창출되고, 결국 자본가들에게 많은 이윤이 가면 갈수록 노동자들은 그만큼 착취를 받는다고 거죠. 그래서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를 없애야 하고, 자본가를 타도해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세우는 것이 합리화 됐고요.
결국 정신, 사상, 관념론을 배격하면서 물질이 있어야 사상이 있고, 인간이 있어야 사유가 있다, 따라서 물질이 먼저고, 사람이 먼저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세워진 북한을 실제 움직이는 주체사상, 북한이 가장 앞세우는 사상전, 정신력은 철저히, 뼛속까지 관념론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모든 것이 주인이라고 하지만, 북한 주민 누구 하나도 자기 운명을 자기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죠. 또한 겉으로는 인본주의,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설에서처럼 물질보다 정신, 사상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주체사상의 변질은 이뿐이 아닙니다. 사상을 위해서 희생한 사람은 영원히 당과 조국의 품에서 영생한다, 노동에 대한 평가에서도 배급과 월급보다는 사상정신적인 평가, 즉 훈장이 우선이다, 모든 고난과 시련은 높은 정신력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고 가장 관념론적으로 주민들을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아마도 경제난이 지속되고 현실과 구호의 차이가 심해질수록 북한은 더욱더 관념론에 의존하지 않을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