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가 비사회주의에 절해야

사진은 평양 통일거리 시장의 모습.
사진은 평양 통일거리 시장의 모습. (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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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관계 대화무드의 시작,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2018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처음으로 되는 미북정상회담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북한당국이 자기 주민들을 대상으로 남한 노래, 외국 문화, 자본주의 시장경제 등 비사회주의적 요소에 대한 단속을 요즘 부쩍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13년 만에 남한예술단의 평양공연이 성과적으로 진행됐고, 여기에 김정은 부부가 직접 참가해 '레드 벨벳' 등 남한의 유명 가수, 여성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관람하고 격려해 준 상황에서 발생해 특히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아마도 남북, 북미정상회담 등 대화국면이 이어지고 남한과의 예술, 스포츠 등 교류가 증가하면서 북한주민들 속에 생길 수 있는 동요와 이완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하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라는 포고문까지 붙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또 비사회주의 그루빠를 통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죠.

포고문은 자본주의적 경제현상 경고를 비롯해 복장과 머리단장을 바로 할 것과 중국과의 접경지역에서 불법 월경, 밀수를 금하고 마약판매, 손전화 불법사용 등을 하지 말 것, 이런 것들이 적발되면 엄벌에 처한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단속과 처벌에 대한 소식도 전해지고 있는데요,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량강도 삼수군에서는 남한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춘 10대 청소년 6명이 공개재판을 받았다고 합니다.

4명에게는 반국가음모죄로 노동단련형 1년, 나머지 2명에게는 교화소형을 선고했다고 하네요. 이들은 남한 가요 50곡을 들으며 춤을 췄고, USB메모리에 저장해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하려 했다고 하죠.

비사회주의 그루빠 외에도 규찰대를 사방에 배치해 행인들의 옷차림, 머리단장, 행랑을 단속하고 있으며 시장 활동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이렇게 때만 되면 비사그루빠를 풀어 강력단속하고 외부의 '날라라 풍'을 막으려고 하지만 장마당을 포함한 시장에서는 이를 비웃으며 조롱하는 현상은 이미 오래됐죠?

'낮에는 사회주의, 밤에는 자본주의'라는 말이 나온 지도 꽤 오래 됐는데 요즘은 '사회주의가 비사회주의에 절을 해야 한다'는 신종어가 유행한다면서요.

즉, 비사회주의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사회주의가 현재 그 형태라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의 경제나 주민들의 생계, 간부들의 일상은 지금 비사회주의가 아니면 유지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간부들은 자기 권한을 남용해 뇌물을 받아 더 윤택한 생활을 유지하고, 보위부나 보안원들은 단속한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자기들끼리 돌려보죠. 그리고 장마당을 통한 온갖 거래를 통해 대부분 생계를 유지합니다.

병원 앞에는 환자들이 가져온 뇌물, 즉, 술이나 담배를 시장소매가 보다 조금 싸게 파는 시장이 형성돼 있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좋은 술병을 사는 시장도 있다면서요. 이 술 병에 가짜 술을 담아 판다는 거죠.

아마도 절을 받아야 하는 비사회주의를 완전히 때려 부수면 사회주의도 지켜내기 어려울걸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