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듬뿍 받았던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29년 만에 김정은이 첫 시정연설을 했죠. 여기서 많은 중요한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우선 2차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죠.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비핵화는 하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의 3차 정상회담에 대한 흥미도 별로 없다, 올해 연말까지 기다리기는 하겠으나 미국의 변화와 전략수정을 요구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트럼프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친분도 강조해 회담을 완전히 깨고 싶지는 않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제재해제에 굳이 목을 매지 않겠다고도 했죠.
남한에 대해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예고했듯이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니라 민족의 공동이익을 위해서 노력하는 당사자가 되라고 주문했습니다. 대폭 축소, 이름이 바뀌어 진행되는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는 남북사이 합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고요.
헌법개정, 국무위원회 위원장 선출도 있었습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당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은이 국무위원장에 다시 선출됐고,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는 타이틀도 새로 달았습니다. 아마도 헌법 개정을 통해 대외적으로도 국무위원장을 명실상부한 국가수반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최룡해로 바꾸고 과거와는 달리 그를 국무위원회 1부위원장 자리에 앉힘으로서 위원장인 김정은 아래 두었습니다. 김정은 통치력이 더 강화되고 집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총리도 바꾸었죠. 그러나 박봉주에게 노동당 부위원장, 새로 부임된 김재룡 총리보다 높은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줌으로서 경제를 총괄하고 지도할 것을 부임하였습니다. 노동당에 고문 자리와 최고사령부에 1부사령관 직제를 만든 것과 같은 배려성 직책보다는 더 책임과 임무가 부여된 자리로 보입니다.
국무위원회 위원들 배치로는 내치, 외치를 강조했죠. 북한의 군부, 안보기관 수장들 외에 외교관련 인물들을 무려 3명이나 배치했습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당 중앙위 위원으로 고속 승진하면서 국무위 위원자리까지 꿰찼죠. 그만큼 비핵화 협상, 미국과의 외교, 대북제재가 북한에 중요한 사안이라 하겠습니다. 대신 군부는 요즘 힘이 좀 빠지고 있죠.
내부적으로는 자력갱생을 부쩍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근본 이익에 배치되는 요구를 그 무슨 재제해제의 조건으로 내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있고 적대세력들의 재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힘으로는 북한을 어쩔 수 없는 세력들에게 있어서 제재는 마지막 궁여지책일지라도 그 자체가 북한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도전인 만큼 용납할 수도 방관할 수도 없으며 반드시 맞받아나가 짓뭉개버려야 한다고 했죠.
사실 어느 나라든, 국가든 자력갱생만 할 수 있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죠. 외부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외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살면 말이죠.
그러나 지금 세계는 문호를 닫고, 폐쇄적으로 살고, 외부와의 협조 없이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세계가 됐습니다. 그것은 세계최강대국인 미국도 같고, 북한의 동맹인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쇄국과 폐쇄는 결국 나라의 발전을 멈추고, 국민을 망치게 했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이기도 하죠. 오죽하면 북한주민들까지도 자력갱생은 자살갱생이라고 하겠습니까.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