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억압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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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실패로 끝난 후 북한이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대북제재를 돌파해 나가려는 의지를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안팎이 더 어수선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리대사 조성길의 망명에 이어 이번에는 곧 진행될 북러정상회담 의전을 위해 임시로 파견됐던 북한 외무성 간부가 또 벨라루스로 망명 신청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물론 남한 외교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또 사실관계가 드러날지 시간을 갖고 두고봐야할 것 같습니다.

또 지난 3월 중순에는 중국 선양에서 활동 중이던 국가보위성 요원 몇 명이 자신들이 비밀리에 운영하던 계좌가 폐쇄되자 감시와 노출을 우려해 탈출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활동을 지휘하던 평양 보위성 처장급 간부를 포함해 이번 사건으로 탈출한 보위성 일군이 7명씩이나 된 다네요.

물론 이것도 사실관계가 앞으로 더 밝혀져야겠죠. 하지만 과거 사례들을 보면 북한에서 장성급이 탈북 했다,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숙청되면서 그의 측근 부부장이 탈출했다는 등 많이 부풀려진 뉴스들이 있었지만 전혀 사실 무근이 아닌 것들도 꽤 있었죠.

속담에 있듯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입니다. 이런 어수선한 뉴스들이 많이 전파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을 둘러싼 내외부의 사정이 날로 악화되거나 지금까지 곪은 것들이 터지고 있다고 봐야겠죠.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이런 유사한 일들이 일어났으니까요.

이 와중에 스페인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해 자기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알린 '자유조선'이라는 단체도 요즘 큰 화젯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한 단체입니다.

이번에 3.1운동 100주기, 상해임시정부수립 100주기가 되는 해를 맞아 북한망명정부수립까지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3.1절에는 서울 탑골공원에서 자유조선을 위한 선언문도 발표했죠.

'자유조선을 위한 선언문. 백 년 전 오늘, 선조들은 무자비한 박해와 견딜 수 없는 치욕의 구조를 전복하고자 독립과 자유를 외쳤다. 그러나 거사는 마무리되지 못했다. 오늘까지도 수천만 동지들은 타락한 체제의 힘없는 노예로 남아있다.

이제 조선 인민은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체제를 다음과 같이 고발한다. 먹여 살릴 능력이 있음에도 수백만 명을 기아에 허덕이게 한 죄. 정부 주도의 살인과 고문, 감금의 죄. 숨통을 죄는 감시와 사상 통제의 죄. 계급에 의한 강간과 노예화, 강제 낙태의 죄. 전 세계에서 저지르는 정치적 암살과 테러 행위의 죄.'

그런데 여기에 이런 죄목도 나옵니다. '우리 자녀들의 강제 노동과 잠재력 억압의 죄.' 북한영화 조선의 별에서는 이런 유명대사도 나오죠. 반역자를 처단하면서 '너를 잘 못 낳은 너의 어머니의 이름으로!' 이 대사를 들으면서 세상에, 어떤 죄를 얼마나 잘 못 저질렀기에 저런 죄목을 써야하나 생각했었죠. 철없는 학생들은 저들끼리 영화상황극을 연출하면서 유머나 농담으로 쓰기도 한 문구이지만 말이죠.

그런데 이제 북한정권은 조선인민들에게 모든 죄에 더해 자녀들, 후대들의 잠재력 억압의 죄도 갚아야 할 때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