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마 속도전 통일, 북한의 진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환영만찬에서 함께 나무망치를 들고 디저트인 초콜릿 원형돔 '민족의 봄'을 개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환영만찬에서 함께 나무망치를 들고 디저트인 초콜릿 원형돔 '민족의 봄'을 개봉하고 있다. (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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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과적으로 끝났습니다. 분단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았으며 분단의 상징, 대결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선언이 채택되었죠.

일부 평론가들은 김정은이 문재인대통령에게 분단선을 넘어 잠깐 '월북'하도록 깜짝 제안하고 연출한 것을 '10초 통일'이라고도 했습니다.

판문점선언의 북한비핵화와 관련 내용도 상당히 진정성이 있고, 과거보다 확실히 진일보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회담시작 전날까지만 해도 청와대 비서실장은 비핵화관련 문구가 어떻게 담길지, 비핵화문제를 구체화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고 걱정을 했었죠.

물론 '한반도 비핵화', 즉 북한만 비핵화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기존 표현이 그대로 사용돼 미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않거나 북한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지 못할 경우 언제 '나 혼자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느냐'라고 오리발을 내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두 정상의 담화과정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통해서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어느 정도 확인이 됐다고 대체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산가족상봉이 약속됐고, 또 한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예약이 됐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일부는 '제 버릇 개 못준다,' '까마귀는 아무리 재주를 피워도 백로가 되지 못한다,'라는 말도 있듯이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악마'로 비쳐졌던 북한의 정치시스템이 갑자기 올리브가지를 든 비둘기로 변신한 것에 대한 경계의 시선은 여전합니다.

정상회담에서는 또 종전선언, 평화협정체결, 서해NLL 평화지대 마련, 모든 적대행동의 중지, 군축 등 중요한 내용들도 모두 담았습니다. 사실 평화협정이 체결되려면 주한미군 철수, 유엔사 지위, NLL확정 등 문제들이 모두 재설정되거나 해결이 돼야겠죠.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그리고 공중, 지상, 해상에서의 모든 적대행위 금지합의도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의미하는지 해결이 돼야겠죠.

자주통일문제도 언급이 됐습니다. 아마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주민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비핵화는 자주통일을 위한 것이다'라고 포장했을 수도 있고, 실제 저들이 비핵화 대가로 원하는 것이 자주통일이라는 힌트를 주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됩니다.

김정은은 직접 '만리마 속도'를 얘기하면서 이 표현은 자기 동생 여정의 부서에서 만들었다고 했죠. 그리고 통일도 만리마속도로 이루자고 했고요.

원래 북한에는 천리마속도가 유명합니다. 사회주의건설을 단숨에 천리를 달리는 말을 탄 기세로 속도전해서 달성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후 북한은 사회주의 고질 경제 병, 폐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천리마를 타고 식량을 구걸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죠. 긍지의 천리마가 패배의 천리마로 야유를 받았죠.

김정은의 발언이나 자주통일이라는 표현이 분단된 민족의 아픔을 끝장내자는 당위론적 언급이나 주장이 아니라 진짜 미군을 '남조선에서 몰아내고 김일성-김정일주의로 통일을 하겠다'는 의도의 표현이라면 과연 45배나 더 큰 경제력을 가진, 한류로 세계를 주름잡는 대한민국을 정말 아직도 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꿈꾸는 것일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