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얼마 전 김정은의 첫 러시아 방문, 그리고 울라디보스톡에서의 푸틴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 있었죠. 출발 전부터 북한 TV가 크게 홍보했고, 또 끝난 이후 50여분의 기록영화를 만들어 방영했기에 북한주민들에게는 그 결과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을 것입니다.
북한이 지원 요청한 식량 10만 톤 전량이 들어오지 않을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매우 극심한데 석유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이 러시아의 지원으로 좀 해소되지 않을까, 러시아에 나가 있는 근로자들도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올해 말까지 전원 철수해야 하는데 러시아의 협조로 비자 등 체류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등일 겁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에 더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러시아의 북한 편들기, 미국과의 공동 대립, 대량 경제지원 등 얻고 싶은 것이 많았겠죠.
그러나 결과는 그리 시원치 않아 보입니다. 오죽하면 김정은이 예정했던 일정을 축소하고 미리 귀국했겠습니까. 북한은 내부에서 얼마나 요란하게 그 업적에 대해 떠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외부에서는 푸틴대통령이 중국에 가는 길에 들려 밥을 한 끼 사주고 갔다는 아주 심한 평가도 하고 있습니다.
5시간 만났다고는 하지만 아주 수수하게 대학교 교내에서 정상회담을 했고, 또 식사하고는 푸틴은 중국으로 사라지고 말았죠.
북한도 정상회담 전에 이미 의전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정상회담에 꼭 따라 다니던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도 나타나지 않았고, 정상회담 때는 당과 국가간부들을 대거 대동하지 않고 달랑 외무상 리용호, 외무성 1부상 최선희만 데리고 갔죠.
이들의 푸틴대통령과의 인사도 보기에는 너무 인사불성으로 보였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심지어 북한의 적대국가인 미국 트럼프대통령과의 만남보다도 너무나 쌀쌀맞았다고 할까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좀 줄이고 대북제재, 반미전선에서 러시아라는 우군, 탈출구를 좀 만들고 싶었던 북한의 기대가 물거품처럼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에 나가 있던 건설자, 벌목공을 포함해 북한근로자들이 3만 명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대폭 줄어 1만 명 정도 남았다고 합니다. 이들도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모두 철수시켜야 합니다.
러시아는 이미 안보리결의 준수에 따라 많이 철수시켰고, 지금의 의지로 볼 때도 구태여 이 결의를 어기면서까지 북한의 편의를 봐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러시아를 포함해 외국에 파견된 북한근로자들은 자기가 버는 외화의 대부분을 노동당과 당국에 빼앗깁니다. 좀 주는 것도 현금으로 주지 않고 쿠폰을 줍니다. 평양시 보통강구역에 있는 일명 ‘재쏘상점’이라는데 가서 외화로만 구입 가능한 상품들을 구매하라는 거죠.
그래도 이것이라도 차례지니 북한에서 일하는 주민들보다는 한참 났습니다. 요즘 북한주민들은 러시아에 나갔던 사람들을 ‘재쏘생’이라고 한다면서요. 감옥에 갔던 사람들은 ‘탕생’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극단의 개인이기주의 라죠. 주민들이 모두 싫어한다고 합니다.
‘재쏘생’은 싫어할지 몰라도 아마 ‘재쏘상점’은 모두 좋아할걸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