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위한 오늘에도 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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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h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부부의 날이 모두 5월에 몰려 있습니다.

그럼 가정의 달인 5월에 남과 북의 가족들은 각각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먼저 서울의 철수네 가정입니다. 이번 연휴는 징검다리 휴일이 많아 이삼일만 휴가를 내면 열흘 동안 쭉 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철수네 가족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가족 모두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베트남을 거쳐 세계적 문화유산지인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을 관광하고, 태국에서 쇼핑을 한 뒤 마지막으로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편 철수 아버지는 어린이날에 아들, 딸에게 놀이기구인 '킥 보드'를 선물하였습니다. 영양 과잉으로 살이 좀 쪄서 자연스럽게 운동 시키려는 거죠. 그리고 어버이날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건강식품인 '홍삼세트'를 선물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60대는 노인이 아닌 중장년으로 분류되며, 환갑잔치도 없어진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의 평균수명은 80세를 넘어섰으며, 80을 넘긴 어르신들도 체계적 건강관리를 통해 활기차게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음은 평양의 영옥이 가족입니다. 영옥이 엄마는 아침부터 끼니걱정에 한숨이 멈추질 않습니다.

노동당원인 영옥이 아버지는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리고 퇴근한 뒤에도 사상학습을 위한 문답식 경연 및 적위대 비상소집까지 여기저기 불려 나가는 일이 많습니다.

영옥이와 동생 영수는 벌써부터 당 창건일 기념 대공연 연습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는 뒷전인 채 하루 종일 공연 연습에 땀범벅이 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해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최근까지 여명거리 건설장 지원에 몸살을 앓더니 지금은 주변농장 강냉이 영양단지 동원에 주말마다 나가야 합니다. 여기저기 몸이 성한 곳이 없으시지요.

한반도 한쪽에서는 해외여행, 넘치는 휴일, 선물 준비 등으로 여념이 없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끼니 걱정과 각종 노력동원에 시달려야 하니, 이 처럼 극심한 대조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김정은 정권의 核 고집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주민들의 피폐한 삶은 외면한 채 핵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이로 인해 한층 강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주민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져 가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말끝마다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에게 행복한 오늘은 과연 언제 오는 것일까요?

이제라도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된다면 한국의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한강의 기적'처럼 북한에서도 이른 바 '대동강의 기적'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영옥이네도 한국의 철수네처럼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고, 때마다 가족들이 선물을 나누는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도 볼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