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인간 오작품’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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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후 북한식 표현을 빌면 그야말로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북한의 변심이 너무 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하기로 했던 남북고위급회담도 당일 새벽에 취소하더니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이벤트에 초청했던 남한 언론인 수용여부도 오리무중에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과 같은 세계 핵 클럽국가들과만 논다, 조선은 이제 당당히 그들과 어께를 나란히 하는 핵 국가이다' 라는 쇼를 전 세계에 중계해 핵 지위를 더욱 굳히려는 교묘한 꼼수가 숨어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북한의 이번 변덕은 연례적인 한미군사훈련과 서울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공사의 자서전 출간으로 시작됐는데요, 이것이 지금 2016년에 집단으로 탈출한 12명의 류경식당 여종업원들에 대한 송환요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한의 제1야당 홍준표대표에 대한 비난을 노동신문 6면 절반이나 할애해 대문짝만하게 실었는데요, 제목은 '홍준표의 추악한 자화상-오명대사전'입니다.

여기서 입에 담지 못할 온갖 욕설과 비난을 쏟아냈는데요, 그야말로 국가가 하는 욕설에서는 세계 챔피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푹 쉰 범벅에 새까맣게 달라붙은 쉬파리떼처럼 홍준표에게 매달려 있는 하많은 오명과 추명, 악명과 죄명들마다에는 천하인간쓰레기를 호되게 단죄하는 민심의 저주와 규탄, 분노와 징벌이 응축되여있으니 놈의 추악한 자화상-오명대사전의 극히 일부만을 파헤쳐보고자 한다'로 기사는 시작합니다.

'코흘리게적부터 텅 빈 머리와 고약한 속통이 그대로 내비쳐서인지 외형조차 서리 맞은 무당벌레 같아 언제 한번 남들 앞에 떳떳이 나서보지 못했다... 만일 로씨야작가 체호브가 살아있었다면 홍준표를 주인공으로 한 현대판 카멜레온을 134년 만에 다시 썼을지도 모른다...

이런 파렴치한이기에 구린내 나는 변기뚜껑을 련상케 하는 주둥이를 벌이기만 하면 그 무슨 깨끗한 보수를 떠벌이며 똥파리 꿀벌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다...

남조선언론이 해마다 제정하고 있는 올해 꿰매야 할 입에 련이어 당선되여 재봉틀상을 수여받고 있는 사실이다...'

'미일잡종 홍럼배'라는 대목에서는 '해괴한 이름자만 보아서는 도무지 민족성을 구별할 수 없고 발음 또한 얼떠름한 이 오명에는 홍준표는 조선사람의 허울을 썼을뿐 분명히 미국산과 일본산이 교잡된 잡종이라는 세인의 평가가 그대로 집약되여 있다'고 했죠.

그러면서 '이자는 남조선정계에서 몰리울 때마다 마치 시집에서 쫓겨나 본가집으로 달아나는 못난 외눈박이 며느리마냥 미국으로 피난가군 하였다'고 이어집니다.

북한에는 자기의 적수들을 비난할 때 쓰는 상투적인 말이 있죠. 바로 '인간 오작품', '인간 오물', '인간쓰레기'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죠.

북한은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면 이렇게 '찰 지게', 이렇게 신랄하게 남을 비판하면서 왜 다른 사람들의 비판은 '인간쓰레기'로 오도 하고 있는 걸까요? 이것이 북한판 정의, 북한식 평화인가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